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론 Apr 09. 2024

가스라이팅에 절여진 피클

어느 날 부서에서 이슈가 터졌다. 특정 시점에 내가 엮여있었고 사건의 발단에서 혐의를 벗지 못한 나를 어느 선배는 다그치기 시작했다.


오이가 식초물에 담겨 피클이 되고 맛이 변하듯 가스라이팅에 적셔진 나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잘못을 시인할 준비를 했다. 그러다 옆에 있던 다른 선배가 한마디를 던졌다. '네 잘못이 아니면 말해도 돼'


다행히도 과정을 살피다 원인을 밝혀낼 수 있었고 나의 잘못은 없었다. 그냥 일이 잘못되게끔 설계되었고 다그쳤던 선배는 입을 다물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그 선배가 술에 취해 나에게 말했다. '그때 네 잘못이 아닌 걸 알았지만 너 하나 바보되는 게 일이 빨리 끝나거든'


똑똑한 사람이었다. 이해력도 좋고 기억력도 좋았다. 하지만 사회에서 배운 어떤 경험을 진리라고 생각하며 칼날을 휘두르는 아이 같았다. 좋은 칼이 주인을 잘못 만났다.


맞는 말임에도 상처받는 말이었다. 나도 안다. 누군가가 죄를 시인하고 책임을 지면 금방 끝난다. 하지만 이게 옳은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 어딘가에서 계속 책임지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 만든다. 덮어 씌우고 손가락질을 하면 경험 많은 사람도 쉽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더는 그런 가스라이팅에 밀려다니지 않는다. 불의에 의견을 내놓는 것이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도 않고 오히려 당당하고 퇴근 후 맛있는 맥주 한 잔을 들이켤 수 있게 한다.


끌려다녔던 그때의 악몽은 추억이 되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악몽을 심어주지 않아야지, 그런 나쁜 농부 같은 사람을 솎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파이팅

이전 05화 입사하셨나요? 퇴사하셔야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