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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r 24. 2024

족쇄 풀어내기

서커스장을 탈출한 코끼리

이쯤에서 족쇄를 풀고 싶어졌다. 책 제목처럼 가족이 족쇄가 되었다면 풀어냄은 나의 몫이다. 동남아 서커스장 코끼리처럼 족쇄가 없는데도 머물러있는 게 아닐까, 하며.


가족이 많지 않기에 남은 연재 기간 동안을 잠시 쉬어가며 고민했다. 충분한 휴식만큼 생각에 연료를 주입하기 좋은 게 또 있을까.




오늘은 나의 아버지를 극복했던 이야기를 풀어본다. 알코올 중독자에 가정폭력을 일삼는 한량을 아버지로 둔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집에서 밀어냈다.


앞서 소개한 다툼과 주방에서 나는 쇳소리를 뒤로,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찾아보고 싶지도 않았으며 한구석에 두려움도 한몫했다.


성장하는 동안에 눈물이 많았다. 지금도 물론 많지만, 힘들거나 고난이 다가오면 눈물부터 흘렸다. 그렇게 되면 아버지는 꾸중을 멈추셨기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눈에서 즙을 열심히 짜냈다.


이는 사회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방진복을 입었던 게 천만다행이지, 눈물 콧물 다 짜내는 모습을 선생님들과, 회사 선배들에게 보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부당함에는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들이받아야 한다. 나의 부당한 처우와 환경에 반발해야만 한다. 그런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대들었지만, 서툴렀다. 그다음이 없었다.




이제는 울 일이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면 무척 드물지만 조금씩 시간과 경험들이 나를 두드리고 다독였다. 매 순간마다 조금씩 나를 믿고 팔을 뻗어도 봤다. 생각보다 손잡이가 많았다.


그 손잡이들을 잡고 조금씩 벽을 기어올랐다. 잡을 게 없으면 뛰기도 난리 치기도 해 봤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나는 울타리를 자유자재로 뛰노는 양처럼 바뀌었다. 안되면 될 때까지 부딪혀 본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에게 연락했고, 마음속의 두려움은 물에 빠트린 설탕처럼 녹아내렸다. 단번에 느꼈다. '애가 애를 키웠던 거구나' 아직도 과거에 갇혀있는 아버지를 보니 허탈했다.


지금은 과격하거나 윽박지르는 성인이 무섭지 않다. 그들은 어른이 아니기에, 욕구와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자란 덩치 큰 아이라는 걸 너무 잘 안다.


아직도 남을 까내리며 자신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도 많겠지. 피할 수 있다면 반드시 피하고, 도움을 청하거나 정 안된다면 물어뜯기.


단단해진 나는 족쇄를 풀고 조금씩 삶의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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