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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Apr 05. 2024

자주하는 착각

장기  파견으로 사무실 자리를 정리하다 문득 느꼈다. 내 자리는 없었다는 걸. 처음부터 내 자리는 없었다.  잠시 빌려 앉고 떠나는 것일 뿐.




회사를 다닌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자리를 여러 번 옮겼고, 알 수 없는 공허함에 빠졌었다. 지금은 안다. 나만의 자리는 이 회사에 없기 때문에 느꼈음을.

세상 그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다. 잠시 머물다 갈 자리일 뿐이지, 온전히 내 땅도 없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동안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땅일 뿐.

평소에는 애써 잊고 산다. 알게 되면 괜히 공허하고 우울해지니까,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소리 소문 없이 공허함과 우울함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관계를 이어가며 설렘과 아련함, 그리고 아린 마음을 반복한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그 사람도, 서로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손을 잡고 사진도 찍고 가정을 이룰 것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자주 잊는다. 사람도, 자리도, 물건도 온전히 나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언젠간 다 썩어 없어질 것이다.


자주 깨닫는다. 잊고 사는 것의 대가는 깨달을 때 아픔과 아련함인걸까. 풍경을 바라보다 건져올린 기억속에서 의미없는 되새김과 헛구역질을 한다.


자주 잊어도 좋으니 조금씩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성숙한 만큼 덜 아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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