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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r 29. 2024

근육통 같은 하루를 푸는 방법

얼마 전 독서 동호회에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나왔던 질문이다.


'자신에 대한 사랑을 채우는 방법을 한 분씩 말씀해 주세요.' 답변을 많이 듣지 못한 채 내 차례가 왔다. 잠시 뜸을 들인 후 말문을 열었다.


'힘들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의아해하는 눈빛을 받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공부도 운동도 음악도 사회생활도 잘하고 싶습니다만, 힘들 때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요. 평소에 열심히 하고 힘들 때는 제 자신만 챙기려 합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뭉치고 아픈 부위가 생긴다. 침도 맞아보고 물리치료도 받아봤지만 야구공만 한 마사지볼로 문지르면 엄청난 통증과 함께 통증이 점점 줄어든다. 고통에도 적응하는 걸까.


이 시간 동안은 잔잔한 음악만을 틀어놓고 매트 위에서 축 쳐져있는다. 과도한 긴장을 푸려고 명상도 하고 짧은 잠을 청하기도 한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가벼워진 몸을 일으킨다.


어려운 하루가 지나면 '버틸만했다.'라는 오만과 함께 피로가 쌓여 터지게 된다. 그러지 않으려면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볼처럼 자신을 위한 도구와 시간이 필요하다.




성취 후에 쉬지 않고 자신을 몰아붙인 때가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해야 하는 시절이었지만 아프다고 무조건 청춘이 아니었다. 게으름과 통증을 분간할 줄 알아야 했다.


위험물 기능장을 취득 후 이어진 통계학 인증 시험에 여러 번 떨어진 후 부서 형에게 힘듦을 토로했다. 생각에 잠긴 형은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런 고난을 숱하게 겪은 사람들이 아닐까'라고 운을 떼었다.


지나친 겸손은 자책으로 이어졌고 남에게 관대하며 나에겐 까탈스러웠다. 내가 나를 싫어하게 되는 지점에서 몸과 마음이 분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공황장애였다.


한참을 웅크리다, 정신을 차리려 상담도 받았다. 여러 검사들도 받았지만 결국 답은 내 안에 있었다. 나에 관해 글을 적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리했다. 그때 알았다, 남들이 좋아하는 건 꿰고 있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는 손바닥만 한 종이조차 채우지 못한다는 것을.


지금은 A4용지 정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들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재정의한 것들이다. 평소의 나는 이타적인 사람을 지향하지만, 충전과 휴식이 필요할 때가 많다.


나와 함께하는 이들이 행복했으면 한다. 그들의 행복이 돌아와 나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다만, 정말 힘들 때에는 나만 생각하기로 한다. 이기적인 마음을 서랍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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