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글
어렴풋한 기억 속의 때에, 감당 안 되는 상황에 휩쓸렸다.
준비해 왔던 계획과 미래가 무너졌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삶 자체가 무거웠다.
'골프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면 골프채부터 다시 잡는다'라고 한다.
삶의 무게를 줄여야만 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
집안에 1년 이상 쓰지 않았던 물건들을 버렸다.
이후에는 관계를 정리했다.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는 상태였다.
긴 시간 같은 방향을 보며 걸어왔던 사람과도 이별했다.
관계의 끝은 간단했다.
한쪽에서 놓아버리면, 상대방은 놓아버려야만 했다.
행동에 책임지지 않고 세상만 탓하는 가족들, 지인들과도 이별했다.
해야 하는 일들은 제쳐놓고,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짐이었다.
처음 우는 사람처럼 울었다.
세상에 혼자 남아버린 기분이었다.
예기치 못한 허망함과 버려진 기분이 칼에 베이듯 난도질했다.
과연, '이러한 삶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마음을 살폈다.
내가 나아가는 방향과 가치는 무엇인지 찾아야 했다.
'내가 지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일순간 주마등처럼 삶이 스쳤다.
내가 떠난 뒤의 삶이나 지인들의 슬픔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것들은 나의 삶의 이유가 아니었다.
더욱 차분히 내 마음을 살폈다.
내가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젊음과 사랑이 있었다.
타버려서 재로 남았지만, 자그마한 불씨가 보였다.
이후에 마음의 바구니를 들고 필요한 것만 주워 담았다.
배움을 나누는 것, 기회가 없었던 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
다시 가야 할 길에 앞서, 짐을 가볍게 꾸렸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고난이 앞에 있을지 모르겠다.
그 아픔이 예상되더라도 꾹 참고 나아가야 한다.
'용감한 사람'은 이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버리거나 나눠줌으로써 공간이 생겨야 새로운 것이 차오른다.
물건도, 음식도, 책도 그렇다.
가진 것을 많이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