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의 시작

사랑글

by 아론

사랑은 늘 먼저 시작하거나 함께 시작한다.

먼저 시작할 때는 항상 잊어버린다.

상대방과 나의 마음은 같은 크기가 아니다.


처음엔 그럴 수 있고, 괜찮다.

다만, 일방적인 배려와 주는 자세가 반복되면 안 된다.

잠시 깊은 고민에 잠시 빠져볼 가치가 있다.


영원히 반복될 수 없다.

사랑에 정이 더해져 애정이 깊어지는 상황이 된다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때의 나와 비교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시작했던 사랑이 있다.

크리스마스까지 즐겁게 보냈다가, 갑작스레 통보받았다.

그때의 싸한 느낌은 아직도 소름 돋는다.


함께한 모든 물건을 버렸다.

처음에는 괘씸했고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다 상실함을 깨닫고 심장이 뜯겨나갔다.


7일의 휴가 첫날에 통보받았고 혼자인 시간이 길어졌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먹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간 10kg이 빠졌지만, 건강한 다이어트는 아니었다.


아트박스에서 편지지를 골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해지지 못할 편지를 수십 장 썼다.

앞서 쓴 글과 같이, 글을 쓰게 된 계기였다.


계획했던 선물들과 상자에 담아 건넸지만, 전해지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으로 느껴졌고, 난 성숙하지 못했다.

그 사랑은 체념과 해탈로 끝이 났다.


이별의 대처는 어려웠다.

잠도 안 자고 본가에서 밥상에 앉아 울면서 편지를 썼다.

어머니께서 잠에 깊이 못 드신 채, 걱정해 주셨다.


이별을 통보받아 너무 슬프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께서는, 너무 오래전이라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하셨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겪으셨을 일이니, 당연한 말씀이다.


가장 친한 친구가 함께해 주었다.

수척해진 모습에 술도 마셨지만, 많이 마시지 못했다.

감정의 파도와 함께 내 위장과 머리를 울렁거렸다.


회사에 복귀했을 때 최악의 상황을 직면했다.

왜 캠퍼스 커플을 반대하는지 깨달았다.

마주칠 때마다 고슴도치와 심장이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일로 도망쳐보고, 보고서에 매진했다.

그러나 나의 굳은 결심은 그 아이와 마주치며 부서졌다.

처참하게 소중한 마음이 찢어발겨졌다.


그러다 당당한 모습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기 시작했다.

내 생활에 집중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했다.

의아한 표정을 보이던 그 아이의 표정이 새록새록하다.


마음이 0에 가까워질 즈음 그 아이의 마음이 차올랐다.

함께 있었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적극적인 표현을 보여줬다.

미안하게도, 나의 마음은 차갑게 식은 뒤였다.


결국 다시 함께한 시간은 1년 조금 넘기고 매듭지었다.

'갑'의 연애는 재미없고 지루했다.

어느 날, 함께하는 시간이 외로워졌다.


데이트 중간에 도망치고도 싶었다.

시간이 아까웠고, 점점 미움이 가득해졌다.

'소중함을 깨닫는 날까지 우리 그만 만나자'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했었다.

이별 후, 그 아이는 영국으로 떠났다고 들었다.

아무 계획 없이 떠난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서로의 마음이 오가던 갑과 을의 연애를 마쳤다.

성숙한 앞으로의 사랑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의 보답이겠지.

더는 만나지 못할 사람이지만, 소중한 파편의 추억이다.


전해지지 못할 것을 이미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관계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