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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Jul 30. 2024

무례함과 기대감

친했던 동료가 있다. 이제는 선을 긋고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지만, 당시에는 한 주에 여러 번 술자리를 함께할 정도로 절친했고 마음이 맞았다.


그러다 업무가 바뀌고 근무지를 옮기며 연락이 뜸해졌다. 멀어진 거리는 마음도 데려갔는지 잘 맞아 보였던 우리의 관계가 서서히 어긋났다.


코로나와 함께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 여러 자리를 함께했지만 점점 대화가 통하지 않았고 함께하는 시간이 무료하게 느껴졌다. 아마 상대도 같았을까.




관심사도 달랐던 우리는 단순히 자주 볼 수 있는 위치라서 친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원할 듯했던 학교 친구들도 반이 갈리고 학교가 갈리며 멀어지듯이.


얼마 전 연락을 했다. 다음 주 화요일쯤 보자는 연락을 마치고 전 날 확인차 연락을 했다. 답장이 없어 기다림을 숨기고 내 할 일들에 집중했다.


아침의 연락이 편지로 느껴진 걸까,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돌아온 답장, '너와는 가치관이 맞지 않아서 만나지 않겠다'는 말.




주먹으로 맞은 듯 어벙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의 상처를 봉합하 기대치를 낮추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그 사람과의 인연을 상상 속 가위로 잘라내며, 더는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 내 잘못이 없고, 상대를 이해하는 시간을 쓰는 것도 아깝게 느껴졌기에.


친했던 학교, 회사 친구들과 동료들이 점점 멀게 느껴진다. 이러다 내 결혼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까, 내 인간관계가 잘못된 걸까 싶기도 하다. 뭐, 어쩔 수 없지만.




예전에는 이런 일들에 장기간 마음 고생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한 사람씩 마음의 체로 걸러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갈 길이 멀다. 오래 걸어야 하기에 작은 부상도 세심하게 살펴 약을 바르고 치료해야 한다. 어느새 나를 무너트리는 것들은 이런 관계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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