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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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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Sep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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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했던, 하고 있는 사람을 잊는 법이 있다. 그 사람이 계속 떠올라 미쳐버릴 듯 머리와 가슴이 저릴 때 내가 찾는 방법이다.
눈을 감으면 그와 잠들던 방 안이 떠오르고, 노래를 들으면 그가 건네준 이어폰이 생각난다. 꿈을 꾸면 함께 그리던 미래가 펼쳐지고, 울다 보면 그가 내어준 어깨가 느껴진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나는 것처럼, 머리에 꽉 찬 그와의 기억은 계속해서 수많은 필름이 되어 남는다. 당시에는 다투던 것들도 지나치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시간이 약이 된다지만, 마냥 몸에 좋은 건 없듯 그런 상투적인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기억의 카메라가 그 사람으로 용량이 가득 차 버렸다.
그럴 때는, 아주 오랫동안 떠올리는 편이다. 잊고 없애버리려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이미 타투나 흉터처럼 남은 것은, 레이저로 없앤대도 큰 아픔을 동반한다.
시간은 새로운 필름과 도화지를 공급한다. 머릿속에 새로 채워진 곳에 펜과 카메라가 아닌 그 사람을 재료에 옮겨 담는다. 첫 그림은 생생하다.
하지만, 잉크가 메마르기 시작하면 서서히 옅어진다.
수십 년 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감정의 스위치가 켜지면 꽃 한 송이가 피어오르겠지. 그렇게 사람은 지워가는 게 아니라 흩어지고, 옅어지면서 잊어가는 게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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