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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Nov 04. 2024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하여

근무 중 운동시간이 부족해 점심 먹기 전 잠시 헬스장에 가고 있다. 체중 감량이 필요한 시점에, 점심 식사로 받는 부담감을 줄이기에 좋다. 주변의 권유도 정중히 사양했다.


처음엔 어색했고, 식사 후 간단히 즐기는 티타임이 없어지니 소외감도 들었다. 너무 겉도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자연스레 동료들과 나의 점심시간은 분리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메뉴가 마음에 들어 같이 식사하기로 했다. 그러자, 동료 Y가 말을 건넸다. '이제 우리랑 밥 먹기로 한 거예요?' 뭔가 이상한 말투에, 오늘만 그다고 답했다.




꼬치꼬치 캐물으며 왜 같이 밥을 먹지 않는 지를 묻는 그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함께하는 점심시간이 그에게는, 그렇게 소중했 싶기도 하고.


혹시나 그도 떠나야 할 때를 고르며, 지금 이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으려나. 평소와 같은 모습의 가면을 쓰는 나와 달리, 맨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부담되었던 그의 말이 고요하게 가라앉는 물속의 쇠붙이처럼 느껴졌다. 지나가는 말에도 의미를 찾게 되는 요즘. 나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 돌이켜 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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