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름 꽃을 안고 생각했다.
'다 시들어 버리면 어떡하지'
초조하게 물을 뿌리고 병에 옮겼다.
햇살이 눈부시게 창문을 넘어오고
빗물이 새삼스레 방충망을 지나며
봄과 가을 같은 계절들이 스쳐갔다.
꽃은 지고 말았다.
시들어버린 꽃을 안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면 열렬히 꽃을 사랑해야지.'
다시 꽃을 안았다.
정성 가득 물을 듬뿍 주었다.
추운 겨울에도 베란다에서 햇살을 쬐었다.
때 이른 새벽 아침
축 쳐진 꽃에는 살아나려는 생기가 없었다.
끌어안고서 한참을 울며 이유를 물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었나.
이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탁자에 쌓인 먼지를 애써 무시하며 문을 나섰다.
횡단보도 앞 타일 사이 핀 민들레 한 송이가 말을 걸었다.
'안녕'
놀라움을 담아 물었다.
'넌 어떻게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거니'
지나가는 연인들에게 인사하던 꽃이 말했다.
'햇빛과 물, 그리고 나를 보며 기뻐하는
너의 눈동자면 더 필요한 게 있겠니.'
깜빡이는 초록불에 서둘러 길을 건넜다.
집에 가는 길에 꽃집에 들렀다.
동글동글 귀여운 선인장을 조심히 들고 집에 왔다.
창가에 올려놓고 달력의 1일마다 물을 주자고 적어두었다.
언젠가 꽃이 피고 자라나겠지.
하루 이틀정도 까먹거나, 일찍 주어도 괜찮겠지.
춥거나 더운 날에도 약간의 햇살만 있으면 견뎌주겠지.
너무 뜨겁지도 않게
너무 차갑지도 않게
그렇게 다시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