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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Sep 06. 2024

이 떨림은 설렘이 아닐까

생각 전환하기

떨림은 곧, 설렘이라는 감정은 아닐까.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이자 만남이기에 더 설레는 게 아닐까. 아직 나는 설렘을 정의하지 못했다.

 


부서 동료의 소개로 연락을 시작한 여성분이 있다. 상투적이지만, 정중한 질문들이 오가고 만남의 장소와 날짜가 정해졌다.


연락 간격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종종 연락을 받고 한참 있다 보내기도 한다. 밀당은 보다는, 혹시 더 좋은 답변은 없을까 하는 마음에, 쓰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사실, 처음 생각한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어느 작가는 조사 하나에도 며칠을 생각했다고 전해지듯이. 나의 최선을, 어머니의 고봉밥처럼 꾹꾹 눌러 담아 전한다.




마치, 편지를 주고받는다고 느껴진다. 아직 연락이  없거나 읽지 않았다면, 배달부가 전달하지 못한 건 아닐까. 답변을 확인하기 전에 보채듯 적는 글을 덜어내면서.


이후 만나서 대화하기로 하고, 주말을 편히 보내도록 한다. 물론 정말 편하다기보다는, 준비하는 시간으로.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표정이나 대화를 해야 할지 등등...


중간에 쉬어가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과열된 머리를 식혀주는 시간이, 나와 상대 모두 절실하다. 수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둘이 예의를 갖추는 대화는 불편하니까.




게다가, 텍스트는 각이 진 도형 같다고 해야 할까. 온기나 느낌이 온전히 전해지지 못한다. 오해를 불러오기도 무척 쉽기도 하고.


그렇게 만나는 오늘, 아침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다행히 잠은 푹 잔 덕분에,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에 온 힘을 다할 수 있었다.


그렇게 향하는 발걸음이 썩 가볍지 못하다. 떨림이 두려움으로 느껴진 탓에,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마음이 무거워진다.




잠시 마음의 스위치를 끄고 생각한다. 이 떨림은 설렘이 아닐까. 나도 떨리듯이 상대방도 떨리겠지. 어떤 분 일지는 모르지만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었겠지.


어떤 멘트를 준비할까를 고민하다, 생각의 바다에 잠시 떠다녀본다. 그리고 과거의 만남을 회상한다. 나는 그때 어떤 말과 마음으로 임했었나.


간절하고 닦달하는 순간에는 놀람과 무서움에 상대방이 먼저 달아났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옴을 바람으로 먼저 느끼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가장 좋았다.




정비를 마치고 길을 나선다. 부디 좋은 시간과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뭐, 잘 안되더라도 새로운 경험이 글감이 될 수도, 다음의 만남을 더 잘 준비할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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