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비와 달리 내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복소복 포근하게 내려앉은 눈송이는
조용히 그늘 없는 곳이 자리 잡는다.
서로를 끌어안은 눈송이들은 얼어붙고
겨울의 풍경을 장식한다.
눈꽃이라 불릴 정도로 찬란하게.
때론 눈사람으로, 때론 눈싸움으로
한 때의 추억을 장식하는 눈은
하얗게, 순수하게 아름답다.
봄과 가을을 알리는 시원한 비가 내린다.
쏴아아 모든 걸 씻겨내려는 듯
눈과 꽃, 그리고 그리움을 끌어안는다.
지나 보면 눈도 비도 물방울이 되어
각자의 우산을 따라 흘러내린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유는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어떤 날에는 눈이, 그리고 비가 내린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