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거나 플랭크 같은 고된 동작을 반복하다,
멈추어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렇게 쉬고, 또 쉬다 보면 자연스레 멍을 때리기 시작한다.
한참을 멍 때리다 보면 스멀스멀 마음속 벌레 한 마리가
기어 나와 손가락 마디를 간지럽힌다.
아프진 않지만 간질간질 귀찮게 구는 녀석
물고 나서 간지러운 액체를 바르는 모기처럼
마냥 방치해 두기엔 잡생각을 온 마음에
덕지덕지 바를까 걱정된다.
분명,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떻게 했었지를 떠올려본다.
마땅히 방법이랄 건 없었다.
과거를 회상하며 사진을 둘러보거나
아쉬움을 달래는 산책, 공원의 트랙을 달린다던지.
지금을 충분히 지내며 해소하곤 했었다.
그렇게 충분히 갉아먹고 나면 벌레는 고치를 만든다.
번데기의 시간을 거쳐 태어나는 건
나비일지 그대로 썩어 바람에 흩날릴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그조차도
지금의 내가 겪어야 할
하나의 조용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서툴고 느릴지라도,
그 시간을 견뎌내는 나를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가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