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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 사용법

상담의 끝

by 아론

걱정되던 상담 시간이 다가왔다.

한 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야 한다기에,

딱히 별일 없이 잘 지내왔다고 답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그럼 대체로 잘 지내셨나요?"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사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해본들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따뜻한 듯 사무적인 태도.
일하러 온 직장처럼 상담을 대하는 모습.
그 가면 같은 태도가 상담을 받는 사람에게는


닿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힘든 일들이 정리된 것 같다고,

전반적으로 행복감이 올라간 것 같다고,
상담의 끝을 내비쳤다.

도움을 받고자 찾았던 상담실.



하지만, 큰 힘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상담이라는 시스템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정말 스스로를 조금은 치유한 걸까.


어느 쪽이든,
그 상담사를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다시 마주친다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세 번째 상담은,
다음 한 차례를 마지막으로
조용히 끝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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