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생이 술자리에서 내게 물었다.
"형, 나 이번에 대학 가보려고. 고졸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가는 게 좋을까?"
조심스레 답했다.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야.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 속에서 기회가 생기기도 하지.
‘인맥’이라는 말은 너무 포괄적인 단어야.
결국,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
대학에 간다는 건,
새로운 가능성과 맞닥뜨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야.
그래서 너의 고민이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해 봤어"
도전해 보기를 권하며 말했지만,
나 역시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나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왜 해야 하는지는 안다.
내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
‘가치’라는 단어에 무게를 둘 순 없지만,
끝내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 나는
조금 더 단단한 어른이기를 바란다.
기회를 얻기 위해
기꺼이 나를 증명해야 한다.
복잡한 숫자를 이해하려고,
그냥 외우려고 애쓰는 나날들이 틀리진 않았으리라.
그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바라며,
오늘도 두려움을 품고 시작한다.
두렵지만 일단 펜을 든다.
할 수 있는 한 시험을 준비했고,
이전에 보았던 시험에서는 중간에 긴 휴식을 만들었지만
정작 그 시간엔 방황만 했다.
공부 대신 돌아다니며 마음만 급해졌다.
도망쳐봤지만 낙원은 없었다.
그래도 그 시간들은
조금 더 단단해지는 법을 알려줬다.
근데, 그걸로 충분한가?
이번엔 달랐다.
쉴 수 있었음에도, 출근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평소만큼의 나를 다해보려 했다.
힘들어 누구에겐 털어놓았지만,
그걸 감내하는 건 결국 나니까.
고통은 셀프니까
책상 앞에 앉는다.
펜을 들고 기출문제를 펼친다.
문제를 읽고 해답을 읽고,
눈을 감고 외우고 이미지로 그려본다.
모르면 찾아본다.
GPT든 유튜브든 뭐든지.
적당한 영상이 없으면
글로라도 이해해야 하니까.
비슷한 사례에 비유하고
머릿속에 어떻게든 끼워 맞춰본다.
그 반복 속에서
기출문제를 몇 번을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마주했느냐는 것.
책상 앞에 얼마나 앉았고,
얼마나 버텼느냐는 것.
그래야 시험과 싸울 수 있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잘 될지 몰라도 믿는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을까.
되돌아보면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시험이라는 이름의 이야기였다.
비가 많이 온다.
뜨거워진 머리와 가슴이 조금은 식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