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걷지 않을래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까, 그가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후 처음 만났던 날이었습니다.
즐겁게 저녁식사를 한 뒤 그녀를 데려다주려 할 때... 그녀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저기요.. 우리 함께 걷지 않을래요?"
그녀의 뜻밖의 제안에.. 그는 잠시 당황했지만....
"걷는 거 좋아하세요?"
"네... 걷는 거 싫어하세요? 따뜻하고... 바람이 그리 불지 않고.. 걷기에는 따악 좋은 밤인데요.."
"그래요? 음... 좋아요... 걷는 데까지 걸어가 보도록 하죠..."
그가 흔쾌히 그녀를 따라나서자.. 그녀는 미소 지으며 앞장섰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훗날... 그녀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때... 내가 걷자고 했을 때... 당신의 표정을 자세히 보았거든... 조금이라도 싫은 표정을 짓는 거 같았으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그때 당신이 너무 해맑은 표정으로 걷자고 해서 사실 좀 놀라기도 했어, 그리고 기쁘기도 했고, 돌이켜보면 말이야, 그날 당신은 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아"
그랬습니다.... 그날.. 그는 그녀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느낌은 또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녀와 발걸음을 맞춰 걸어가는 것... 그것은 그녀와 같은 보폭을 유지한다는 것이고.. 그가.... 그녀의 삶에 맞춰 간다는 의미였습니다. 그와 그녀는... 걷다가.. 가로등아래 잠시 멈춰 서기도 하고... 밤거리의 풍경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의 농담에 웃기도 하고 종종걸음으로 그녀가 앞장서면 그 또한 종종걸음으로 그녀를 뒤쫓아 갔습니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걸어가면서.. 그는 힐끗힐끗 그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녀의 귀여운 옆모습... 이마 위로 흘러내린 한 올의 머리카락.... 작은 머리핀...... 에메랄드빛 귀고리... 그는 그녀의 모습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선배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내와 같이 자주 산책을 해봐... 산책을 하면서...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 집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시가 식구들이나 남편에 대한 불만 같은 거, 그런 거를 이야기 하게 되면 그냥 들어줘, 특별히 대답할 필요도 없어"
그 선배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았습니다. 결혼 후에도 그는 그녀와 자주 산책을 나가고... 그때마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이며 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가끔... 맞장구도 치고....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함께 걷는다는 것... 그건 어떤 것일까요?
"난 말이야.. 당신과 함께라면.. 세상의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다리에 힘이 없고 아파서 못 걷게 될 때까지... 계속 걷고 싶어... 당신과 함께..... 당신.. 언제까지 내 옆에서 함께 걸어가 줄 거지?"
프러포즈를 한 날... 그녀가 그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이 그녀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 6월이 오면 아마... 매일 저녁.. 그녀와 걷게 될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외치는 그녀를... 뒤쫓아... 한 손에는 커피와.. 한 손에는 케이크 조각을 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