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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 담담하게 Nov 24. 2024

여행과 문학, 기타 등등-2. 국화꽃 향기

그녀의 머릿결에서 국화 내음 같은 좋은 향이 났다

여름 내내 애지 중지 키우던 국화가 이제 피었다. 오가며 국화꽃 향기를 맡자니, 문득 오래전의 영화 국화꽃 향기가 생각났다.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된 그녀, 장진영. 영화 국화꽃 향기는 소설가 김하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것으로 2003년에 개봉했다. 벌써 21년 전이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멜로 영화이지만 내가 본 잊지 못할 순애보 영화목록에 있으며  영화 ost 또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말기암 선고를 받은 세 살 연상의 여자와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의 여자는 암환자의 몸으로 아이를 갖고 기꺼이 아이를 선택한다. 작가의 이웃집에 사는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낌없는 사랑을 나눴던 이야기로 유명하다. 원작소설의 두 주인공의 이름은 승우와 미주이지만 영화에서는 인하와 희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영화 ost 중에서 맨 처음 들어볼 것은 "희재를 처음 본 날 "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SsF425Mmog

"처음본건 지하철에서였어요. 오늘처럼 바들바들 떨면서도 할 말도 하고.. 저 선배 뒤에 있었어요. 그리고 지하철 자판기 앞에서 동전줄 때 바람이 불었고 선배 머리칼이 날리면서 국화꽃 향기를 맡았어요. 이런 향기도 나는구나..... 그땐 저도 열병인 줄만 알았어요. 그래서 말 안 하고 못하고 여기까지 왔어요.."


인하의 내레이션..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이 감성 멜로 영화의 핵심적인 문장이 담겨 있다.

"세상 마지막 순간보다 슬픈 건, 나로 인해 눈물지을 '당신'입니다"


지금 돌아보면 다소 촌스럽기도 하고, 온몸이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하던 그 시기의 나도 편지에 곧잘 이런 표현들을 쓰곤 해서 낯설지 않았었다.^^


이 영화 ost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는 성시경의 희재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D1p_H3qo_A

이 노래의 가사는 발라드 작사를 잘하기로 유명한 양재선이 썼다. 멜로영화이지만 전체적인 연출은 다소 부족한 편이었던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표현만큼은 다른 멜로 영화를 압도했다. 

    

“그녀의 머리에서 국화꽃 향기가 났습니다!!”


–1992. 3. 10 희재를 처음 만난 날, 인하의 일기장 中에서-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모르십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보고 싶어 했는지..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했는지 당신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수화기를 들었다가 놓곤 했는지… 왜 그렇게.. 왜 그렇게.. 나를 그립게 만드시나요? 하지만 난 이런 날이 오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 때문에 아마도 나는 이제껏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내 삶이 살아 있는 시간은 당신과 함께할 때뿐입니다”    

 

-‘한밤의 음악세계’에 보낸 인하의 사연 中 에서-

               

“ 나, 머잖아 당신을 떠나, 나 머잖아 죽는대, 하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자존심이 상해서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그의 슬픔이 무서워서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나는 그를 떠날 수 없는데, 내 사랑이 그렇게 약해 보이는 건 너무나 싫기 때문입니다. 그가 나 때문에 절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     


-1999. 11. 9 희재의 일기장 中에서 -          



마지막으로 이 ost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음악은 perry como의 santa lucia이다. 이 ost의 cd를 차에서 자주 듣고 다녔을 정도로 괜찮았다. 주로 벚꽃이 피는 봄에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GzhK6WRs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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