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애틋한, 감성 깊은...
선선한 가을밤, 이런저런 작업을 하면서 듣는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곡.. 맥주 한잔 하며 듣기에는 딱 좋은 음악이다.
유키 구라모토의 내한 공연을 간 지가 언제였던가? 내가 그의 공연을 본 것은 예술의 전당에서이다. 그때 유키 구라모토의 낭만적인 공연을 혼자 다녀온거냐고, 주변 사람들이 한 마디씩 했었다. 그 공연도 사실 뒤늦게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딱 한 자리만 남아 있었다. 어찌되었건 예술의 전당까지, 유키 구라모토의 공연을 보러 간때가 9월이었다. 그의 공연을 다녀온 뒤, 자주 듣는 연주곡이 3곡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곡, 첫 번째는 In The Evening
이 곡은 2001년에 발매된 Sailing in Silence 앨범에 처음 실렸고 그 뒤 2008년에 발매된 Piano Poem 에도 실려 있는 곡이다. 이 연주곡은 2개의 버전이 있는데 피아노 솔로곡과 오케스트라 협연 버전이 있다. 나는 오케스트라 협연 버전을 좋아한다. 내가 갔던 공연에서도 이 버전을 연주했었다. 가을밤에, 강북강변을 차로 달리던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뭔가 코 끝이 찡한 느낌... 사랑이 끝나고 난 뒤의 쓸쓸함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가을밤의 콘서트에 이런 음악을 바로 앞에서 들으면, 정말...................................
https://www.youtube.com/watch?v=NlNIm6gXUs4
내가 좋아하는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곡, 두 번째는 Paris In Winter
이 곡은 1998년에 발매된 Reminiscence에 실려 있는 곡인데 이 앨범에는 유키 구라모토의 주옥같은 초창기 곡들이 많이 실려 있다. Romance, Lake Louise 같은 곡들이다. 이 곡도 오케스트라 협연 곡을 좋아한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써 놓은 글이 있었다.
"전략...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아무도 보는 이 없었지만 창피해서 얼른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사무쳤는지 한동안 소리 없이 눈물만 계속 흘렸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길이 희미하게 보였지만, 어차피 길 위에는 내 차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중략.........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 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면서 달렸고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울면서 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4Z1U2OJm2OA
내가 좋아하는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곡, 세 번째는 Ondine
이 곡은 역시 2001년 발매된 Sailing in Silence에 실려 있던 곡으로 나중에 오케스트라 협연곡으로 편곡되었다. 곡의 제목은 운디네로 읽어야 한다. 운디네는 물의 정령으로 사람을 사랑했지만 그 목숨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슬픈 요정을 말한다.
이 곡들을 들으면 지난날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가고, 그 시절에 만났던 사람, 그때의 계절, 비가 내렸거나, 바람이 불었거나, 눈이 내렸거나 하는 것들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꼭 사랑했거나, 좋아했거나 하는 감정으로 만난 사람이 아닌, 그 한때를 같이 했던 사람들과, 그 풍경들이... 그리고 이외수의 시
https://www.youtube.com/watch?v=foF3xoLIvfI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 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 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 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있었을까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
이외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