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도 마음은 그 시절에..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 박스의 추억

by 늘 담담하게

"낯선 동네가 우리 동네처럼 친근하고 좋아질 때가 있어요. 그 동네 근처만 가도 기분이 막 좋아지는 이유는 거기 그 사람이 살고 있으니까요. 누구나 다 내가 사는 동네를 가장 좋아하잖아요. 어느 음식점이 맛있는지, 어느 옷가게 옷이 예쁜지 속속들이 아니까.. 근데 낯선 동네가 우리 동네처럼 친근하고 좋아질 때가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그 동네. 둘이 갔던 그 골목 어귀 작은 포장마차까지 사랑하게 되죠. 그래서 헤어지고 나면 이번엔 그 동네로 지나가는 버스만 봐도, 포장마차만 봐도, 그렇게 마음이 아파지나 봐요"


"계절이 지나도 마음은 그 시절에 계속 머물러 있어요 기억이 흐릿해져도 그리움만은 흐릿해지지 않습니다. 계절이 지나고 기억이 흐릿해져도 어쩌면 그래서 더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흐릿해진 기억의 그 자리를 상실감이 채우니까, 두 사람이 함께 해서 참 따뜻했던 그래서 그때는 몰랐던 것들, 우리가 멀어져도 이렇게 멀어지지 않은 추억이 남는다는 거.."


늦은 밤, 깨었을 때 들었던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 박스.. 다음날 출근해야 함에도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계속 깨어 있곤 했다.


아주 늦게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갈 때, 강변 북로나,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내게 위로가 되었다..


심지어 어느 날 늦은 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택시 운전사가 틀어놓은 방송이 정지영의 방송이었다. 그녀의 팬이었던 그 운전사와 나는 반가워했다.


언젠가 그녀가..."지금 많은 분들이 깨어 있겠죠? 지금 깨어 있는 분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면 "그래요.. 나도,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혼자 대답하곤 했다.


"지금 창밖에 눈이 와요, 이렇게 소리 없이 조용하게 하얀 눈이 내려앉으면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나와서 걸어보면 어떨까요? 눈이 밟히는 그 소리가 정말 친근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 새벽에 아파트 주차장을 잠시 걸었다.


오래전에 후배가 내게 말했다.


"형은 회사원이 될게 아니라, 심야 방송의 방송 작가가 되었어야 했어..."


그녀도 내게 말했었다.


"oo 씨는 길을 잘못 선택했어... 방송 작가 같은 걸 했어야 했어... 철강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고.."


그들 말처럼 길을 잘못 선택했을까...........


images.jpg


이전 16화우리는 여기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