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별 그 뒤가....
오늘도 익명을 요청한 여성분의 사연입니다.
그와 나는 대학 1학년부터 그가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을 할 때까지 몇 년의 긴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뜻이 맞는 남사친, 여사친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상의 감정이 쌓여 결국 연인이 되었습니다.
사랑의 끝이 꼭 결혼은 아니었다고 해도, 우리는 어렴풋이나마 결국은 함께 할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장밋빛으로 수놓아주지는 않았어요.
제가 먼저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는 휴학을 거듭했고, 그게 그와 나를 조금씩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그에게 나는 잘 나가는 여자친구였고 그게 차츰 부담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그는 취업을 하지 못하고 그런 현실이 답답해서 다투는 일이 많아졌고 그렇게 힘들어하다가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우리 그만하자고... 그는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한참 후에야 내게 말했습니다.
"이거, 니 진심이니? 여기서 확실하게 말해, 끝내자는 그 말, 진심이냐고.."
사실 마음은 그런 게 아니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그 카페에서 뛰쳐나오고 말았습니다. 며칠 지나면 그가 다시 연락을 해올테고, 그때 다시 만나 그의 사과를 받고 마지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그는 연락해 오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이 되어도, 그리고 한 달이 지나도... 처음에는 정말 많이 화가 났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자존심인지 나도 그에게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때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한참 지나 조바심에 제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고 저의 메시지도 읽지 않았습니다.
뭔가 잘못되어 가는구나 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 무렵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야기 들었냐고, 그가 취업을 했고, 바쁘게 지내더라고..
뒤통수를 뭔가 단단한 망치 같은 것으로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배신감 같은 것들이 마구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어제저녁, 그를, 참으로 해야 할 말이 많은 그를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쳤습니다.
그를 여기서, 이렇게 보다니... 우리가 늘 함께 하던 곳에서,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내 시선이 닿은 곳은 그의 곁에 서 있는 한 여자. 세련된, 무엇보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머리 스타일이 어쩜 나와 그리 같을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그 사이에 그의 소식을 추가로 전해 듣기는 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막이라고 해야 할까요... 나와 헤어진 뒤, 밤새 폭음을 하고, 통곡을 하더라는... 그리고는 바쁜 회사 생활 때문에 친구들을 잘 만나지 못해 그의 근황을 잘 모른다고 하더니..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의 그를 보니, 예전에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그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깨끗하게 면도한 얼굴, 잘 다듬은 머리, 무엇보다 푸른색 셔츠에 붉은색 넥타이를 한 그 모습은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에서 가장 좋은 모습이었는데..
낯설었어요.. 그렇게나 단정하게 , 예쁜 여자와 내 앞에 서 있다니.. 당황한 그의 모습, 어쩔 줄 몰라하는 나와 친구, 그리고 차분하게 나를 바라보는 그 여자. 어떻게 돌아왔는지,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뭔가 많이 엇갈린 것 같기도 하고, 오해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사연을 주신 분이 더 이상의 글을 남겨 놓지 않아서... 이런 사연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지금은 어떤 위로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말하는 것도... 다만 조심스럽게 그 남자친구와 한 번은 만나보기를 권해드립니다.
만나서 아직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이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해도, 뭔가 마침표를 분명하게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침표가 없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가 없으니까요...
오늘은 사연을 보내주신 분에게 노래 한곡을 띄워 보냅니다.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wtbKaHvIMk&list=RDgl_WH9q9yHA&index=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