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기억해 줄 수 있어?
오래전의 일이다. 후배 녀석이 새벽에 또 전화를 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겠다고 하는 그에게 박광수의 만화 중에 나오는 구능상회의 떡볶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용의 전문이 맞을는지 모르겠지만 내용은 이런 거였다.
" 그녀가 제게 물었습니다.
"날 기억해 줄 수 있어?"
그녀의 물음에 저는 대답했습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우리 부대 앞에 구능상회라는 조그만 식당이 있었어. 그 식당 아주머니 음식 맛이 참 좋았었지"
그녀는 제 대답에 의아해했습니다. 자신을 기억해 줄 수 있냐는 물음에 제가 난데없이 예전 군대시절 음식점 이야기를 했으니 말입니다. 저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구능상회 음식을 다 좋아하긴 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그 집 떡볶이였어. 떡볶이에다 케첩을 넣어서 케첩맛이 나는 떡볶이였지."
구능상회? 떡볶이? 동문서답 같은 저의 말에 그녀는 더욱더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한 뒤에도 그 구능상회 떡볶이를 잊지 못하겠더군. 그래서 시간을 내어 구능상회를 찾아갔었지. 그런데 부대 앞은 내가 근무하고 있을 때완 영 딴판으로 변해 있었어. 좁은 길이라 차 하나 간신히 다니고 비가 오면 그나마 있던 길도 없어질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주 큰길이 나 있더라고. 구능상회는 큰길이 나면서 없어져 버린 거야. 이제 다시 그 떡볶이를 먹을 수 없지만 나는 아직도 그 떡볶이를 잊을 수가 없어.. 한낱 떡볶이도 잊지 못하는 내가 널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박광수의 만화 그때 나를 통과하는 바람이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립니? 중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그날 새벽, 그 이야기를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런 하찮은 것들도 잊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람을 금방 잊을 수 있겠니? 그러니 잊을 수 없다고 하는 건 당연한 거지.."
그렇게 후배 녀석에게 타이르듯이 말해주었는데...
전화를 끝낼 무렵 후배 녀석이 말했다.
"그런데 형.. 어째 그 구능상회 떡볶이 이야기는 나에게 해당되기보다는 형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