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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사랑이야기

그와 그녀가 지키는 것

by 늘 담담하게

"너네 집에 갔을 때, 거실에 액자처럼 크게 해서 쓰여 있는 게 도대체 뭐니? 한문으로 되어 있던 건데... 골동품 액자 같은 거야?"


그녀의 친구가 그녀에게 그렇게 물었습니다.


"아, 그거... 결혼할 때 주례를 서주셨던 민우 씨의 은사님이 써준 글이야... 우리 두 사람이 일생동안 지켜야 할 것이라고 해서.."


"일생에 지켜야 할 것? 무슨 가훈 같은 거야?"


"글세... 가훈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테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일종의 지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도통 너와 민우 씨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커플이야.."


그 말에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 문장의 뜻이 뭔지 알려줘? 너도 나중에 결혼하면 도움이 될 텐데..."


"도대체 무슨 뜻인데?"



그녀가 말한 한문으로 쓰인 문장... 거실 가운데, 액자에 담겨 걸려 있는 그 글은..


己所不欲 勿施於人입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고 읽어.."


"기소불욕 물시어인?"


"응...."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고 읽는 그 문장..



그 문장은 논어 위령공 23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공문왈 유일언이가 이종신행지자 호이고 자왈 기서호인저 기소불욕을 물시어인이니라(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뜻을 풀어볼까요..


자공(子貢)이 여쭈어 말하였다: "일언(一言)으로 종신(終身)토록 행(行)할 만한 것이 과연 있습니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서(恕), 그 한마디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



내가 원하는 않는 것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면 내가 싫어하는 것을 타인에게 시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글을 써준 은사님은 그 문장을 써주면서 두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사랑도, 결혼도,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겠지만 내가 써준 이 글은 두 사람이 계속 지켜나갔으면 해.."


이 세상의 부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각자 나름의 방법이나 생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수많은 것들 중에서, 그와 그녀는 오래전 공자가 말했던 것..


내가 싫은 것은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이에게 강요하거나, 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결혼 이후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설명을 듣고 난 친구가 그녀에게 말합니다.


"도대체 너네 부부는 누구니? 이 정체불명의 커플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어휴... 내가 손 들었다..."



뭐.... 이런 문장을 걸어놓고 사는 부부도 세상에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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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