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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사랑 이야기

얼음아래에도 강은 흘러가는 것

by 늘 담담하게

솔직히 그녀는 여자로서의 애교는 없는 편입니다. 그의 지인들은 처음 그녀를 소개받았을 때 그녀의 첫인상을 날카롭고 차갑게 받아들여... 그의 앞날을 몹시도 걱정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도, 그런 점을 이야기했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놀라워했습니다. 따뜻하고 다정한 표현도 잘하지 않고, 애교도 없었는데 그를 만난 뒤로 많이 바뀐 것 같다고....


그도 가끔은 놀라워합니다.


평소에는 감정표현도 별로 잘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결혼 후로는 아주 드물지만.. 사랑의 표현도 하고.. 어떨 때는 솔직하게 그런 감정을 드러내어 그를 깜짝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차갑다는 다른 사람의 말에.. 조금은 흥분한 듯한 그녀가 집에 돌아와 그에게 말했습니다.


"캐나다 앨버타 북부에 가면 겨울에.. 벌목차량들을 위해 강에 도로를 만드는 데가 있어... 겨울이 되어, 강이 얼어붙으면 그 강에서 펌프로 물을 뿌려서.. 더더욱 두껍게 얼음을 얼리는 거야.. 그 두께가 110cm까지 되면... 그때에 도로가 완성되는 거고 40톤 중량의 트럭들이 그 강 위를 건너가는 가지.. 정말 대단한 얼음 두께... 110cm.. 정말 엄청난 두께인데... 그런데 말이야.. 중요한 것은 그 얼음두께가 아니라 그 얼음아래에서도 강은 조용히 흘러가는 거야...


있잖아... 나도 알아.. 내가 감정표현이 서투르고 외향적으로 두꺼운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거.... 하지만 그 두꺼운 얼음밑으로 강물이 흐르듯이 내 마음도.. 흐르고 있고,,, 당신에 대한 사랑도 흐르고 있어. 그리고... 그 얼음 위로 달리는 차량은 항상 10km로 달린데... 그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그 차량의 파동이 미세하게 강물에 퍼져나가서..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기 때문에..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그 속도를 유지하는 거야. 당신은 그 트럭 같은 존재야.... 항상 조심스럽게 나를 대하잖아.. 그게 정말 고마워...."

그녀가 한마디 더 했습니다.


"난 부부사이라고 해도.. 어려워하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당신은 그걸 예의라고 표현하는데 맞아.... 우리가 부부여서 정말 가까운 사람이지만 가깝다는 이유로.. 아니 아내와 남편이라고 해서 아무렇지 않게 대해도 되는 것 아니라고 봐. 다른 사람들은 어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난 말이야. 당신이 최소한의 예의로 나를 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우암 송시열이 그랬다고 했지? 평생 자신의 아내를 손님 대하듯이 했다고.... 물론 나를 손님 대하듯이 하는 것을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가짐은 괜찮아..."


우암 송시열, 조선 효종과 숙종 시대를 살았던 그는 조선 유학의 표상이었습니다. 그는 평생 자신의 아내를 손님 대하듯 살았습니다. 외출할 때도 의관을 갖추고 아내에게 가서 인사하고 외출한 뒤에도 돌아와서 아내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물론 그의 아내는 당연히 그에게 인사를 하며 대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시대에는 당연히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엉뚱하고 이해 안 되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마음입니다. 아내를 손님 대하듯이 했다고 해서... 그가 아내를 함부로 대하거나 타인처럼 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아내를 존중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남존여비의 유교 사상이 지배하던 그 시절에.. 예로서 아내를 대한 그의 마음 가짐을 엉뚱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평생을 함께 해야 할 동반자이며 한 배를 함께 탄 동지입니다. 결코 누가 그 위에 있어야 하고 그 밑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그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왜 갑자기 그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야?"


"음.. 이 뜨거운 시선으로 당신을 둘러싼 그 두꺼운 얼음을 좀 녹여보려고..."


그 말에 그녀는 환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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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