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일본 여행의 추억-3. 겨울 오타루, 유키아카리노마치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축제 

by 늘 담담하게 Nov 14. 2024
아래로

오타루의 거리를 은은한 등으로 밝히는 이 축제는 1999년부터 매년 2월, 삿포로 눈축제와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다. 유키아카리노마치라는 이름은 홋카이도 출신의 소설가 이토 히토시 伊藤 整(1905-1969)가 1926년에 발간한 시집 雪明りの路 에서 가져온 것이다. 삿포로 눈축제와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2008년은 57만 5천 명의 사람이 방문해, 최고점에 이르렀으나 코로나로 인해 2021년에는 축제가 중지되기도 했다. 현재는 겨울의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이벤트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 축제는 오타루 관광의 약점이었던 「겨울」과 「밤」을 극복하자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삿포로와는 달리 오타루는 해가 일찍 지는 겨울밤에는 볼거리가 운하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개최되는 삿포로 눈 축제가 「움직임과 과 「직접 조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에 대해, 「정적」과 「간접 조명」이 콘셉트의 축이 되고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브런치 글 이미지 3

하얀 눈이 가득 쌓인 거리에 어둠이 찾아오면 거리 곳곳에 왁스볼이라 불리는 수제 캔들과 우키타마* 캔들이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우키타마-浮き玉 속이 비어 있는 둥근 어구(漁具)에 등불을 밝히는 작업에는 일반 시민, 기업, 학교, 상가의 사람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다. 심지어는 외국인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해서 이 등불을 밝히고 관리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것은 겨울 풍경에 등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등불을 켜는 것 같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처음 이 축제에 갔을 때 어떻게 이렇게 꼼꼼하게 등불을 놓았을까 싶을 정도로, 각 지역마다, 그 지역에 맞게 등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브런치 글 이미지 6

오타루 운하의 물 위로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는 것은 어구인 유리 제품의 부표를 모티브 한 우키타마 캔들이다. 이 축제 기간 중에는 우키타마 캔들 외에도 운하 주변으로 수없이 놓인 등불로 인해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며 잠시 동안 말을 잊지 못하게 된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유키아카리노마치는 오타루 운하와 오타루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구 테미야 선 주변이 중심무대이다. 오랫동안 화물열차 노선으로써 오타루의 번영의 흔적을 보여주었지만, 1985년에 결국 폐선된 테미야선(手宮線). 지금도 철도 레일이 남아있으며, 테미야선 유적지로써 오타루의 중요 관광명소가 된 곳이다. 오타루 유키아카리노미치 개최기간 중에는, 이러한 테미야선의 레일을 따라, 밝게 빛나는 등불들이 줄지어 늘어서, 운하 회장과 더불어 2대 메인 개최장소가 된다.

브런치 글 이미지 8
브런치 글 이미지 9

이외에도 아사리 온천과 덴구야마 정상 부분에서도 축제가 열리는데 오타루역과는 제법 거리가 있지만 버스를 타고 덴구야마로 가면 오타루의 야경과 유키아카리노마치의 등불을 함께 볼 수 있다. 오타루의 여러 풍경 중에서 겨울날의 사카이마치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유키아카리노마치 기간 중에 사카이마치를 걷노라면 마치 동화의 세상에 온듯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이 옆에 있고 눈이라도 살포시 내리기라도 하면, 이 축제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이토 히토시(伊藤整正1905-1969)

오타루 출신의 소설가 이토 히토시는 12남매 중 장남으로 홋카이도 도남 지방의 마쓰마에군(松前郡)에서 태어났다. 1살 때 시오야무라(현재의 오타루시)로 옮겨, 1922년에는 오타루 고등 상업학교(현·오타루 상과 대학)에 입학했다. 당시 오타루는 북방파제에 이어 남방파제가 만들어지고 오타루 운하가 완성되면서 이로나이에는 은행들이 들어서는 오타루의 전성기였다. 그런 오타루에서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손에 쥔 한 권의 시집에서 시어가 지닌 아름다움에 황홀해져 그 매력에 사로잡혔다. 졸업 후 도쿄의 은행에 취직이야기가 있었지만 병에 걸린 상태가 나빴던 아버지의 곁을 떠날 수 없었던 이토 히토시는. 어쩔 수 없이 오타루시 중학교의 교사로서 일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시인이 되는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모아 두었던 300여 개의 시 중에서 좋은 시만을 골라 시집을 내기로 결심했다.  얼어붙어 환한 눈이 내리는 밤의 느낌을 살리자'며 제목을 '유키아키리노마치로 지었고 116개의 시를 포함한 시집 300부가 자비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일본의 성城 여행-고치현 고치성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