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여행의 의미는?
한때는 거침없이 여행을 떠났었다. 그런데 이제는 여행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 혹은 여러 생각이 많아진다고 해야 할까. 코로나 3년으로 여행길이 막힌 뒤로 더 그렇다. 이럴 때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이라는 책의 한 부분을 다시 읽곤 한다.
"여행은 자전거나 초록색 스커트처럼 실제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감촉을 느낄 수도 있는 실체를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러기에 막상 떠나는 순간에 망설이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일상에 머물 수밖에 없는 타당한 변경거리를 저마다 12000개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미래, 돈, 그리고 시간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결국 어디도 떠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그 말을 돌이켜 보면 제가 너무 개인적인 감정만으로 그렇게 말한 거 같습니다. 그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략 실제로 실천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구호 같은 말이었습니다.
중략
떠나는 것이 떠나지 않는 것보다 좋은 거 같습니다. 그것이 왜 그런지 정확히 설명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짧은 경험에 비추어볼 때 떠나건 떠나지 않건 간에 결국 우리는 언제나 후회하더군요. 어차피 무엇을 선택하든지 후회할 거라면 차라리 떠나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더 좋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대책 없는 답변이죠? 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들에게 정확한 답을 해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도 여행을 왜 떠나는지 모르니까요.
중략
" 비록 내게는 남편도 그리고 자식들도 없지만 한 번도 외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내게는 베란다가 예쁜 집이 있고 매달 연금을 받아 생활을 할 수 있고, 그 돈을 아껴 여행할 돈을 저금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여전히 여행에서 만난 전 세계친구들에게 편지가 오니까..."
마리의 말을 듣고 나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마리 그럼 마리에게 여행을 한다는 건 뭔가요?"
"생선, 나한테 여행은 단순히 풍경과 문화를 접하는 게 아녜요, 여행은 인생의 커다란 한 부분이에요 인생을 행복하게, 윤기 나게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은 내 눈동자고 피부이고 손가락이에요. 그리고 여행은, 즐거운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던 내 인생의 바퀴를 좀 더 풍요롭게 굴러가게 해주는 추억들이에요."
정말 멋진 말 아닌가요? 마리의 말을 듣고 제 머릿속은 환해졌습니다.
"당신에게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음.... 우리가 여행에서 얻는 건 기념사진이나 기념품이 아니라, 어쩌면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여생을 버티게 해 줄 추억의 보관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중에서
우리의 여생을 버티게 해 줄 추억의 보관함... 그 말을 오늘 밤 다시 마음속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