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중사의 흔적을 찾아, 카가와현 아지초(1)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개봉된 것은 2005년, 벌써 20년 전이다. 소설과 영화, 드라마까지 다 보았던 나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촬영지였던 카가와현의 아지초庵治町를 찾아갔다.
소설과 영화 속에서 사쿠와 아키가 만나고 사랑을 하고 영원한 이별을 했던 그 슬픈 사랑의 흔적들을 걸어보고 싶었고, 그곳에서 영원한 사랑이 있을까? 누군가를 잊지 못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같은 다소 형이상학적인 질문들을 던져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마츠야마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다카마쓰에 도착한 뒤 나는 다카마쓰역전 버스터미널에서 아지초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아지초는 다카마쓰에서 버스로 약 40분쯤 걸리는 해안가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공식적으로 아지초는 1890년 정촌제 시행에 따라 야마다군 아지초로 출발했지만 2005년 일본의 지자체 대합병 시기에 다카마쓰시로 편입되어 2006년 1월에 폐지되었다)
한국에서 영화 개봉 시의 포스터이다.
먼저 아지초를 여행하기 전에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이고, 원작 소설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외 드라마와 만화, 연극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카타야마 교이치(片山 恭一1959- )의 원작 소설에 대해서 살펴보자.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찾아온 투명한 슬픔이라는 부제가 딸린 이 번역본에 소개되어 있는 원작자 카타야마 교이치의 프로필을 보면 1959년 출생, 후쿠오카현에 살고 있으며 규슈대학 졸업 후 1986년 문학계 신인상으로 데뷔라고만 짧게 쓰여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다.
"1959년 에히메 현 출생으로 현재 후쿠오카 현에 거주하고 있다. 규슈 대학 농학부를 졸업하였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다가 중단하였다. 1986년 『기척』으로 문학계(文學界) 신인상을 수상하여 문단에 데뷔하였다. 국내 주요 출간작으로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그대가 모르는 곳에서 세계는 움직인다』, 『존 레넌을 믿지 마라』, 『만일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비 오는 날 돌고래들은』,『마지막에 피는 꽃』등이 있다."
이 작품의 기본 줄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사쿠와 아키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것으로 아키는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녀를 잊지 못하는 사쿠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아키와의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줄거리는 그리 복잡한 편이 아니고,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사춘기 시절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제는 아련한 어린 날의 첫사랑, 첫 키스, 순수하고 착한 소녀의 백혈병, 그리고 죽음으로 인한 이별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파의 요소들은 모두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사실 발표 당시만 해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2001년 소학관에서 처음 발매된 이 소설은 초반의 발행부수가 약 8000부로 발매 초기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학관의 신입 영업사원이 이 책을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 소설을 읽은 일부 서점의 직원들이 손으로 직접 쓴 pop광고를 서점입구에 붙이면서 입소문에 의한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02년 인기 여배우인 시바시키 코우가 다빈치라는 잡지에 이 책의 서평을 투고했다.
“울면서 한 번에 다 읽었습니다. 저도 이제부터 이런 사랑을 해보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이었고 이 글이 책표지에 실려 마침내 세카추(세카이노추신데아이오사케부 世界の中心で、愛をさけぶ의 줄임말)라는 거대한 열풍의 계기가 되었다.
(시바시키 코우柴咲 コウ 1981년 도쿄도 출신의 일본 여배우이자, 가수,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는 리츠코역을 맡아 열연했다.)
2003년 2월에 3만 부 정도의 판매량을 보이던 이 소설은 그해 11월에는 100만 부가 팔리는 대 히트를 기록하게 되었고 마침내 그 이듬해인 2004년에 토호 영화사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뒤 이 만화판이 제작되어 히트를 했고 이런 것들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영화개봉 후인 2004년 11월에는 누적 판매량 300만 부를 돌파하게 되었고, 일본의 베스트소설이 그렇듯이 일본 TBS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2005년에는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이 소설의 제목은 할란 엘리스의 1969년도 SF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짐승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다른 이야기로는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회의 제목에서 인용되었다고 한다.
뒷날 알려진 것이지만 사실 이 제목은 원작자가 지은게 아니라 편집자가 붙인 것으로 카타야마 쿄이치가 생각한 원래의 제목은 사랑하는 소크라테스였다. 이 소설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다. 사실 소설을 읽어보면 작품 속에서 말하고 자는 주제가 다소 모호한 면이 많았다. 순애소설, 혹은 청춘 소설이라고 하지만 주인공인 사쿠와 아키가 만나 사랑하고 죽음으로 이별하는 내용에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아니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감동할 수 있는 계기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너무 통속적이다.
이런 점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평범한 소년이었던 사쿠를 예쁘고 공부 잘하는 우등생 아키가 사랑하게 되는 이유를 소설보다 훨씬 더 감동적으로 그리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묘사했다. 소설은 일본 독자들에게서도 감정 표현이 미숙하고 문장이 너무 치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중학생이 쓴 문장과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였다. 결국 이 원작소설이 가지는 이야기 구성의 부실함을 영화와 드라마의 뛰어난 연출이 커버했다고 할 수 있다.
만화판은 2004년 4월에 소학관의 플라워 코믹스 스페셜로 출판되었으며 그 이전에 잡지 쁘띠 코믹 1월호와 2월호에 연재되었다. 이치이 가즈미라는 작가가 그렸는데 내용은 원작의 줄거리과 큰 차이는 없으나, 약간 다른 내용이 나온다. 정확하게 묘사된 것은 아니지만.. 원작이나...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묘사되지 않는 두 사람의 첫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묘사된다. (물론 이것도 정확하지 않고 만화를 본 사람들은 각기 다른 결론을 내었다.)
한국에서는 한국어판 소설을 발매했던 '작품'이라는 출판사에서 2004년 12월에 발간되었다. 이 만화판의 저자 후기에 보면...
"처음 뵙겠습니다. 이치이 가즈마라고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작화 담당인 제가 주제넘게 참견하는 것이 이상하지만 괜찮다면 함께 해 주세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만화판은 잡지 쁘띠 코믹 2004년 1월호와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게재지의 대상 독자를 고려해서 내용이 원작과 약간 다릅니다. 만일 원작을 읽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꼭 원작도 읽어주세요 제 이야기를 조금 쓰겠습니다. 만화는 네임이라고 원고에 실제로 그리기 전에 그림 콘티의 다양한 밑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후반에 사쿠타로가 아키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오는 부분에서 아키의 죽음까지 네임 작업 중 내내 울었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나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소설의 매우 행복한 독자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그가 언급한 대로 기존 원작 소설과 전체적인 구조는 같지만 만화판의 여주인공 아키의 모습도 예쁘게 잘 그려져 있으며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에 대해서도 잘 표현하고 있다.
다음은 연극.
연극은 2005년 8월 5일부터 9월 4일까지 도쿄 세타가야구의 공공 극장을 시작으로 7곳에서 공연을 했고 기획 및 제작은 드라마판의 제작사인 TBS에서 맡았다. 이 연극에 출연한 배우들은.. 주인공 사쿠역으로 다나카 코타로(1982년생, 도쿄도 출신), 아키역으로 사토 메구미(1984년생, 도쿄도 출신)가 출연했다.
재미있는 것은 다나카 코타로가 드라마판 세카추에서 주인공 사쿠의 절친 오키 류노스케역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드라마판의 사쿠를 연기한 야마다 타카유키와는 일드 H2O에서 함께 공연했었다.
여주인공 아키역을 맡은 사토메구미.
연극 다음으로 라디오.
라디오 드라마는 도쿄 FM에서 2004년 05월에 방송되었다. 여기에 목소리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을 보면 의외로 막강하다. 주인공 사쿠 역할을 한 배우는 마츠다 류헤이, 그리고 여주인공 아키역은 미야자키 아오이.
두 사람의 지명도나 연기력에 대해서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니까 특별히 더 언급할 것은 없다.
한국에서도 KBS에서 2004년 8월에 KBS라디오독서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송되었다. 이제 세카추 열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판과 드라마판에 대해서 살펴볼 차례이다
먼저 영화판, 2004년 5월에 공개된 이 작품의 수입액은 85엑엔 관객 동원수 620만 명을 기록해서 그해의 흥행 기록 NO 1이 되었다. 영화의 주제가였던 히라이 켄의 "눈을 감고瞳をとじて" 또한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 아카데미상에서 7개 부분의 상을 휩쓸었으며 주인공 아키역을 연기한 나가사와 마사미(長澤 まさみ)의 출세작이 되었다. 나가사와 마사미는 이 영화로 제17회 일간스포츠 영화대상 신인상, 제29회 報知映画賞(호치영화상) 조연여우상, 제47회 블루리본상 조연여우상, 제29회 エランドール賞(에란도르상) 신인상, 제28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조연여우상, 화제상(배우부문), 제42회 골덴아로상 영화상 등을 수상했을 정도였으니 영화 한 편으로 그녀는 인기 배우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아키가 죽은 지 17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되는 영화판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편집을 통해 사쿠의 가슴속에 남아 있던 아키의 기억. 아키가 왜 그렇게 그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는지를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표현되었으며 원작에는 없는 리츠코라는 여성을 내세워 아키와 사쿠의 슬픈 사랑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드라마판은 영화의 줄거리와 비슷하나 슬픔의 강도는 몇 배나 강력해져 국내에서 이 드라마판을 본 팬들의 경우, 극의 중반부를 지나면서는 매회 눈물을 쏟아내지 않고서는 볼 수 없었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룰 만큼 가장 극적이고 가장 슬펐다.
사쿠역은 야마다 다카유키 (1983년생, 가고시마현 출신)그리고 아키역은 당시 아직은 무명에 가까웠던 아야세 하루카(1985년생, 히로시마현 출신)가 열연을 했다.
이 두 명의 배우는 훗날 일드 팬들에게 있어서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 리스트에 올라 있는 백야행에 나란히 주연을 맡았다.
자, 이제 영화와 여행으로 돌아가서,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986년 사쿠와 아키가 17세였던 그해, 태풍 29호가 강한 비바람을 몰아치던 그날 밤. 그것이 사쿠와 아키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던 아키가 가고 싶어 했던 세상의 중심 호주의 울룰루를 가기 위해, 사쿠와 아키는 병원을 빠져나가지만 태풍으로 항공편이 끊기고 아키는 끝내 살아서는 그곳에 갈 수 없었다.
그 후 17년, 사쿠는 아픈 첫사랑의 기억을 잊고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결혼을 앞둔 그의 약혼자 리츠코는 짐을 정리하다가 어린 시절 입었던 윗옷을 발견하고 그것을 입어보다가 문득 호주머니 속에서 86/10/28이라는 제목이 쓰인 테이프를 발견하게 된다.
그 테이프를 듣기 위해 그녀는 전자제품 판매처에서 소니카세트를 구입해서 듣게 되는데.. 거기에는 그녀도 잊고 지냈던 오래 전의 기억, 아키의 마지막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그때서야 깨닫게 된 사실, 그 슬픈 기억에 리츠코는 17년 전 그들이 함께 했던 시코쿠로 떠나고, 그 뒤를 이어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 시코쿠로 사쿠 또한 떠나게 된다. 그렇게 시코쿠로 떠난 리츠코와 사쿠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그들이 함께 했던 17세의 여름날에, 아름다웠던 아키를 만나게 된다.
다카마츠에서 아지초로 가는 버스의 종점은 바닷가에 있는 아지온천이었다. 아지온천은 냉광천으로 의학적으로 치유의 기능이 있는 여러 광물질을 함유한 온천이다.
시간적인 여유만 있었다면 이곳에서 당일치기 온천도 하고 왔을 텐데 빡빡한 여행 일정상 그럴 수가 없어 아쉬웠다.
바다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데 지도에서 보면 아지초는 육지에서 완만하게 돌출되어 있다. 바다 건너 야시마의 정상 부분에서 아지초를 보면 이런 풍경이 나온다.
사진의 중앙부에 바다 쪽으로 쭈욱 나와 있는 곳이 바로 아지초이다. 아지온천에서 내려서, 간단히 짐을 정리한 뒤 언덕길을 내려와 아지항구쪽으로 갔다. 영화의 촬영지는 아지항을 중심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흩어져 있다.
맨 먼저 간 곳은 어린 시절 사쿠가 달리던 오노시타오키 방파제王の下沖防波堤였다. 이곳은 아키를 애타게 그리며 외치는 사쿠의 모습, 그리고 아키와 사쿠가 다정한 한때를 보내던 장면, 성인이 된 사쿠가 이곳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었다. 이곳에 처음 로케이션 촬영지 헌팅을 위해 찾아왔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이 방파제를 보고 난 뒤 이곳을 촬영지로 선택했다고 한다.
17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사쿠. 아키의 흔적을 따라, 늘 피하고 싶어 도망치려 했던 과거의 기억과 마주 대하게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한 오노시타오키 방파제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나는 베냥과 카메라를 내려놓고 영화 속의 사쿠처럼 방파제를 가로질러 뛰었다. 영화 속의 사쿠처럼 사춘기 소년은 아니지만, 특별히 지켜보는 사람도 없었고 그리 창피할 것도 없었다.
원작 소설에서는 사쿠가 아키를 처음 만난 것은 열다섯 살이었다. 사쿠가 회상하는 아키를 처음 만난 때에 대해서 소설은 이렇게 쓰여 있다.
" 아키와 열다섯 살에 같은 클래스가 되어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녀의 얼굴도 이름도 몰랐다. 변덕스러운 우연으로 우리들은 아홉 개나 되는 반중에서 같은 반이 되고 함께 남녀 학급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영화에서 사쿠와 아키는 소설과 달리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는데 예쁘고 공부도 잘하며, 육상도 잘하는 아키와 달리 사쿠는 평범했고 그래서 사쿠는 아키가 자기보다 한 차원 높은 곳에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자기와 다른 차원에 산다고 생각했던 아키가 그의 삶에 뛰어들어온 것이다. 평범하지만 다정한 사쿠를 마음에 들어 했던 아키, 하지만 사쿠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사쿠의 삶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오노시타오키 방파제에서 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교장 선생님의 장례가 치러졌던 장소였다. 장례식장에서 아키는 학생들을 대표해서 조사를 읽게 되는데, 장례식에 지각한 사쿠가 아키에게 처음으로 연정을 느끼게 되는 센뉴인専修院이라는 곳이다.
실제의 센뉴인의 모습이다. 영화 속에서 장례식이 열리던 날짜는 1986년 6월 24일. 영화 속의 이야기가 실제라면 나는 무려 30여 년이 지난 뒤에 이곳을 찾아간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장례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데, 이 장례식에서 아키가 조사를 읽는 것도, 그리고 비가 내리는 것도 아키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교장선생님을 사랑했던 동네 사진관의 주인 시게 아저씨가 등장하는데, 시게 아저씨는 나중에 아키와 사쿠에게 교장선생님의 뼈를 훔쳐달라고 부탁을 한다. 시게아저씨는 젊은 날에 교장 선생님을 몹시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참고로 시게 아저씨 사진관에 있던 젊은 날의 교장선생님의 사진. 그 사진의 인물은 이 영화를 촬영하던 당시에는 아직 무명에 가까웠던 호리타니 마키이다.
다음 장소는 사쿠라하치만신사桜八幡神社였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면 사쿠의 스쿠터에 올라타는 장면이 촬영되는 곳인데 이곳은 아지초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사실 이곳을 찾아가는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아지 문화관에서 얻은 지도에서도 이곳은 표기되어 있지 않았고 아지초 입구 쪽에 세워져 있는 로케지 촬영안내판에만 있던 곳이라 쉽게 찾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일본의 시골지역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버스 시간은 다가오고, 겨우겨우 마을 주민 한 사람에게 물어본 뒤 뛰어서 다녀온 곳이다.
영화속의 촬영지는 사쿠라하치만 신사 앞 삼거리이다. 스쿠터를 타고 가던 사쿠가 동네 노인의 낚시에 걸렸고, 노인은 바보가 걸렸다고 놀리는데 아키는 그것을 지켜보며 소리 내어 웃는다.
실제의 삼거리 모습. 사쿠와 아키는 사진의 오른편으로 스쿠터를 타고 간다. 영화에서 사쿠의 스쿠터에 올라탄 아키, 당황스러워하는 사쿠. 그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영화 속에서 아키가 앉아 있던 계단은 사쿠라하치만신사로 올라가는 입구였다. 저기 저 계단에 앉아 있던 아키. 그녀에게 있어 사쿠는 어떤 의미였을까?
다시 영화 속으로 돌아가 17년이 지난 뒤 사쿠는 이곳에 앉아 오래전 아키가 그에게 건네주었던 테이프 편지를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