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중사의 흔적을 찾아, 카가와현 아치초(3)
이제 세중사의 주요 촬영지였던 아지초는 거의 다 돌아보았다. 영화로케지로 남은 곳들은 영화 속의 사진관, 그리고 두 사람이 비를 뚫고 공항으로 향하던 장면의 도로, 다카마쓰 공항, 그리고 아키가 입원한 병원으로 설정되어 나온 에히메현청 등이었다.
일단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진관은 단순히 사진관이 아니라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다. 사진관은 누군가를 사진을 찍고 현상을 해서 기록으로 남기는 곳인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진관은 사진을 찍고 남기는 곳일 뿐 아니라 시게 아저씨의 순애, 그리고 사쿠와 아키의 사랑이 기억되고 남겨지는 곳이다.
사실 시게 아저씨의 사랑과 사쿠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교장선생님의 장례식 장면에 멀리서 지켜보는 시게 아저씨가 등장하는데 젊은 날 몹시도 교장선생님을 사랑했지만 전쟁으로 인한 어려운 시대 때문에 결국은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속에 간직한 채 멀리서 지켜보며 살아왔다
그리고 아키를 만나, 순수하고 풋풋한 사랑을 했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황해야만 했던 사쿠. 이 두 사람의 사랑은 다른 것 같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을 계속 간직해 왔다는 점에서 결국은 같은 것이었다.
또 한 가지, 시게 아저씨는 사쿠에게 교장선생님의 뼈를 훔쳐달라고 부탁을 한다. 사쿠는 훗날 아키의 뼈를 가지고 세상의 중심이라는 울루루에 가서 바람에 날린다. 사랑했지만 결국은 이 땅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연인의 뼈를 갖게 되는 것도 닮은 꼴이었다.
다시 사진관이야기로 돌아가서, 영화 속의 사진관은 어린 시절, 사쿠와 시게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장면, 아키와 사쿠가 놀러 가서 다른 사람의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 장면, 그리고 두 사람이 결혼사진을 찍는 장면과 훗날 성인이 된 리츠코와 사쿠가 다시 되돌아와 들르는 장면에 등장한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사진관 화면 중앙의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바로 사진관이다.
시게 아저씨가 간직하고 있던 젊은 날의 교장선생님.. 이 사진의 모델은 당시 아직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호리타니 마키였다.
호리타니 마키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 여성이 바로 호리타니 마키堀北真希(2025년 현재 그녀는 은퇴한 상태이다.)
영화 중반부에 리츠코가 태풍을 피해 사진관 앞에 서 있다가 사진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사진관의 모습이다.
그녀는 거기서 사쿠와 아키의 결혼사진을 보게 된다. 법적으로 결혼한 게 아니라, 서로에게 잊히지 않으려고 찍은 사진인데, 리츠코는 여기서 비로소 과거 사쿠와 아키.. 그리고 그녀가 어떤 인연으로 묶여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렇듯이 이 사진관에는 시게 아저씨의 첫사랑의 사진도 남아 있고, 사쿠와 아키의 기억도 남아 있는 곳이다.
자 그렇다면 실제의 사진관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속의 등장하는 사진관은 세트로 지어졌을 뿐 촬영 후 없어졌다.
이곳이 바로 영화 속의 사진관이 있었던 자리이다.
현재 영화 속의 사진관은 영화 개봉 후 팬들의 방문이 이어지자 그 앞쪽에 위치하고 있는 아지 문화관 앞에 복원되어 있다.
이곳이 바로 아지초의 관광교류관, 혹은 아지 문화관으로 불리는 곳이다.
건물 앞쪽 마당에 다시 복원되어 있는 사진관 건물이다. 현재 사진관의 내부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카페 안의 모습이다. 간단한 커피종류와 차 그리고 세중사와 관련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교류관 안의 내부 모습이다.
영화에서 사쿠와 아키가 함께 탔던 스쿠터도 남아 있다.
아지초가 순애의 성지라고 쓰여 있는 포스터....
사실 원작 소설을 보면 딱히 배경이 어디라고 묘사되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지명 등을 보았을 때 에히메현의 우와지마시가 주배경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소설에서 언급된 찻집등은 현재도 우와지마시에 있고, 사쿠의 집은 우와지마시 시립 역사관에 붙어 있는 집을 묘사하고 있으며, 소설 속의 두 사람이 함께 가는 것으로 나오는 동물원은 지금은 도베로 옮겨진 1987년 이전의 마츠야마 도고온천 부근에 있었던 현립 동물원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하는 무인도의 존재가 불투명하고 우와지마시에서 마츠야마공항을 거쳐 호주로 직행하는 비행 편이 없다는 점, 현재 원작자가 거주하고 있는 후쿠오카에 있는 후쿠오카 공항이 소설 속의 공항 근처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원작자가 살아왔던 도시들을 혼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사쿠가 리츠코의 전화를 받고 사진관으로 달려가는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아지초 보건 센터 바로 옆 도로이다. 이제 아지초의 주요 촬영지들을 다 돌아보았다. 남은 것은 영화에서 공항으로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도로이다...
이 도로는 다카마쓰 쪽에서 아지초로 들어가는 도로이다.
실제의 도로 사진인데 영화 속의 장면은 이 사진의 반대편에서 택시가 달려오고 있었다. 영화 속의 장면을 자세히 보면 오른쪽에 난간 같은 것들이 보이는데 작은 다리다. 이 다리 직전에 아지초 지소가 있다.
오른쪽의 건물이 아지초의 지소(동사무소)이다. 이제 아지초를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버스 편이 많지 않은 데다 이 날 아지초를 돌아보고 나서 야시마와 시코쿠무라를 돌아보고 다시 마츠야마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아지초 이외의 촬영장소들은 카가와현과 에히메현 곳곳에 흩어져 있다. 두 사람이 다녔던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에서 한꺼번에 촬영된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입었던 교복은 카가와현 현립 기타 고등학교의 교복이었고, 운동장은 카가와 현립 중앙고등학교에서, 화학실의 장면은 츠다 고등학교에서, 체육관은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의 한 중학교에서 촬영되었다. 이 모든 곳들을 다 가볼 수도 없고, 그나마 시코쿠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곳들이 몇 곳 있었다. 첫 번째가 다카마쓰 공항이다.
이 장면은 다카마쓰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의 사쿠와 아키의 모습인데 실제 다카마쓰 공항의 모습은 아래 사진들이다.
사진 속의 모퉁이가 바로 사키와 아키가 앉아 있던 곳이다. 그리고 아키가 입원한 병원으로 나오는 곳은 카가와현이 아니라 에히메현의 마츠야마시에 있는 에히메현청이다. 아무래도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86년경으로 설정되다 보니,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을 찾아야 했고 결국 오랜 역사를 지닌 에히메현청이 촬영지로 결정된 게 아닌가 싶다.
이 장면은 에히메현 현청 바로 옆길에서 촬영했다.
병실 복도 장면인데, 아무래도 에히메현청안을 그냥 들어가기는 어려워서 현청 내부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다. 여담으로 영화 러브레터의 병원 장면도, 오타루 시청에서 촬영되었다.
이곳이 에히메현청이다. 영화 속에서 사쿠와 아키가 앉아 있던 곳은 이 사진의 왼쪽 편, 그러니까 현청의 다른 입구 쪽이다.
아키가 병원에서 나와 사쿠와 함께 전차를 기다리는 장면인데 이곳은 현청 바로 앞에 있는 이요 철도의 겐초마에(현청전역)이다. 영화 속에서 전차 뒤로 보이는 거리가 마츠야마의 중심지인 오카이도이다.
현정 앞으로 달려가는 전차의 모습, 영화에서 등장하는 전차와 같은 모습이다. 사실 원작의 내용은 단순한 연애소설이다. 사춘기 시절에 처음 만난 소녀, 처음으로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 사랑이 채 피기도 전에 백혈병으로 이별하게 되는 흔한 내용이다. 하지만 병으로 죽어가면서 잊히지 않고 싶어 했던 아키의 안타까움과 그 아키를 잊지 못하고 오랜 시간 방황하는 사쿠의 사랑이 이제는 일본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순애보라는 이름으로 일본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시대가 바뀌면 사랑도 바뀌게 되고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랑의 유효기간을 따지는 이 시대에, 가장 순수한 시절에 만났던 사람을 잊지 못하고 마음속에 간직한다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이기에 이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 지 21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그래도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2만 명이 아지초를 방문했다. 다시 이곳을 찾아가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아지초를 다시 찾아간다면 방파제를 달리던 사쿠와 아키의 모습이 떠오를 것만 같다.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대강 줄거리를 해설한 영상이다. 이 영상을 보면 지금까지 설명한 그 모든 영화 촬영 장소가 지나쳐 갈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24Vsz1qC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