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튤립을 보러 가다
몇 년 전부터 늦가을에 튤립 모종을 심기 시작했다. 모종을 심고 겨울을 보내고 나면 초봄에 튤립이 가득 피어나는데 이렇게 내가 해마다 튤립을 심게 된 것은 홋카이도 동부의 유베쓰의 튤립 공원을 다녀온 뒤부터이다. 물론 유베쓰의 튤립 공원을 처음 간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들판 가득 피어난 튤립의 기억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홋카이도의 봄은 5월에 시작되고 그 짧은 봄에 유베쓰의 튤립이 피어난다.
튤립 공원이 있는 유베쓰초湧別町는 홋카이도 오호츠크종합 진흥국 관내 중앙부에 위치한 아주 작은 마을로, 2025년 1월 31일 기준 인구 7,897명이다. 이곳을 가려면 버스 혹은 자동차로만 가능한데 오래전에 이 마을을 지나는 철도 노선이 있었으니 나요로본선이다. 철도 노선이 있었으니 역도 있었을 터, 그 역의 이름은 카미 유베쓰역이다. 1916년에 개업했고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던 카미유베쓰역은 1989년 나요로본선이 폐선이 된 뒤,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2025년 현재 역이 있었던 흔적만 있고 역사는 없어졌다.
나요로 본선의 노선도이다 오른쪽 종점이 엔가루遠軽이고, 왼쪽 종점이 나요로名寄이다. 지금은 폐선이 된 홋카이도 철도 노선들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한때는 화물과 승객이 넘쳐나던 노선이 나요로 본선이었다.
이 마을의 이름은 유베쓰강에서 유래되었는데 아이누어인 유베쓰강의 뜻이 잊혀버렸다가 최근 연구에 의해 유페(yu-pet)」(온천의・강), 「유페(yupe)」(초상어)나 「이페 오치」 (ipe-ot-i)」(물고기·풍부하다·곳)라는 뜻이라고 파악되었다.
지금이야 이곳을 찾는 이가 많지만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이곳을 찾는 한국인은 별로 없었고, 당시 몇 권 없었던 홋카이도 가이드북에도 이곳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다. (사실 그 시절에는 홋카이도 동부 지방은 아바시리와 구시로외에는 거의 정보가 없었다) 홋카이도 가이드북을 만들어보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여행하던 그때, 동부 홋카이도로 떠나는 여행 초반에 들른 곳이 카미유베쓰였고 거기서 정말 그렇게 많은 튤립을 처음 보았다.
카미유베쓰 튤립공원 かみゆうべつ チューリップ公園은 약 200 품종, 120만 주의 튤립이 심어져 있는 이 튤립공원은 동부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꽃 여행지이다. 전체 면적은 12.5헥타르이고 그중에서 약 7헥타르에 튤립이 심어져 있다.
일본에 튤립이 처음 들어온 것은 에도 시대 말기 (1863 년 프랑스로부터 수입)이지만, 본격적인 생산이 된 것은 다이쇼 시대 (처음에는 요코하마, 치바현, 본격적인 재배는 제2 차 세계 대전 후 니가타현과 도야마현 )에서이다.
카미유베쓰는 둔전병에 의해 개척된 곳으로 당시 국방과 개간을 담당하는 둔전병은 면적 4.4 헥타르의 토지가 무상 제공되어 농지로 상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후 등의 요인으로 홋카이도에서 농업은 개척 초기 오비히로 지역의 험란한 사정을 봐도 쉽지 않았고 이런 상황은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런데 1957 년 당시, 이 지역 농업 개량 보급 소장 니시카와 테루노리가 연구를 거듭 한 끝에 "적은 면적의 농가 소득 증대에는 고수익인 아스파라거스와 튤립이 가장 적당하다"라고 하며 본격적인 재배를 시작했다
그해 봄에 동네 54 가구의 농가가 튤립 경작 조합을 결성, 네덜란드에서 튤립 구근 22 개종 6 만 500주를 수입하여 '튤립 꿈을 보자! "를 표어로 외화 획득에 큰 기대를 갖고 재배가 시작되었다. 그 조합원의 열성적인 재배 노력으로 1960 년에는 밴쿠버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에 첫 수출되었고 1960 년에는 생산량 (33만 개) ·전량 수출, 1965 년에는 22만 개의 구근을 수출했다.
그러나 순조로울 것 같던 튤립 재배는 어려움에 빠지게 되는데 1966 년 네덜란드의 구근이 세계 시장에서 가격 인하로 쏟아져 나오자 일본의 수출이 막히게 되었다. 서둘러 일본 국내 소비 확대에 노력했지만, 당시는 아직 꽃을 즐길 수 있는 사회 경제적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산 농가는 해마다 줄어들었다.
그렇게 튤립 재배의 꿈이 중간에서 사라지기 했지만 여전히 생산 농가들은 튤립에 대한 깊은 애착을 가지고 밭의 구석이나 가정의 정원에 계속 심었다. (지금도 유베쓰 지역에 가면 길가 혹은 정원에 심어져 있는 튤립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과거 마을의 농업에 활기를 가져온 튤립을 역사에 남기자"며 1976 년 "도시의 꽃"으로 지정하였다.
튤립 재배의 쇠퇴 후 생산 농가의 한쪽 구석에서만 재배되어 온 튤립이지만 당시 퇴직한 니시카와 테루노리가 「후세에 남기자며 가미유베쓰 노인 클럽 연합회와 함께 1975 년 현재 튤립 공원 (예전 둔전병의 집회장과 훈련장이었던 곳)에 "노인 농장 '이라는 이름으로 당초 60평 정도의 작은 면적에 튤립을 심은 뒤 이후 900평까지 확대했다. 당시에는 단지 단지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튤립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재배를 시작했지만 국도변에 펼쳐진 튤립밭을 보고 국도를 지나던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외부 관광객들이 모이게 되었다.
그러자 가미유베쓰정에서 본격적으로 마을 꽃으로 튤립을 심벌 화하고 농원을 정비하기 시작했고, 1985년 재배 면적을 확대하였으며 1987 년에는 마을 관광 개발 사업으로 전망대를 겸한 "네덜란드 풍차 형 관리동 '을 건설하고 100 여대의 주차장과 약 3 헥타르의 밭을 정비했다. 이후 1987 튤립 페어가 첫 개최되었으며 1988 년 4 월 1 일에 정식으로 튤립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약 200 품종의 튤립을 튤립의 본고장 네덜란드와 일본 국내 최대의 생산지 도야마현에서 매년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여 심고 있다.
그동안 홋카이도를 여행하면서 계절별로 수많은 꽃들을 보았다. 가미유베쓰의 튤립 외에도, 히가시모토코에 가면 꽃잔디 공원이 있고, 아바시리에서 시레토코 사이에 있는 고시미즈에는 릴리파크(백합공원)가 있다. 후라노의 라벤더도 마찬가지... 여행을 하면서 꽃을 보는 즐거움을 나는 홋카이도 여행에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일본 여행을 계획하다가 꽃 명소가 있다면 가능한 시간을 내어 가보게 된다.
홋카이도 여행이 봇물처럼 터진 지금, 마음은 동부 홋카이도의 푸른 하늘과 그리고 청량한 공기, 꽃이 가득한 풍경이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