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따른다고 꼭 좋은 리더는 아닙니다

그렇게나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리더포비아에 대한 내 생각

by 임동현

유튜브에서 <요즘 MZ특 '리더포비아'? 왜 그런지 진짜 이유 알아봄>이라는 영상을 봤다. 승진 회피는 꼭 MZ 세대의 특징만은 아니며 여러 사회 풍토가 겹쳐 관찰되는 현상이라는 게 이 영상의 내용이다. 나 역시 리더포비아에 가깝다. 정확히 하자면,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리더 역할을 싫어한다.


나는 첫 리더 경험을 강렬하게 했다. 좋은 대표님 밑에서 큰 책임과 큰 권한을 동시에 가지고 팀을 리드했다. 그때의 나는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일까에 대한 고민을 거의 매일 했다. 케빈 켈리 할아버지가 쓰신 '리더의 진짜 임무는 더 많은 팔로워를 만드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리더를 만드는 것'이라는 문장을 본 후로는 더욱 진지해졌었다. 부족했기에 속 시원하지 못한 이별도 있었지만, 누군가와는 좋은 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사람 문제는 최대한 성숙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했다. 실무와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아무리 공부해도 리더 역할은 언제나 힘들었다.




리더는 책임지는 자리다. 구성원의 몰입을 위해 가능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그들의 성장(앞길)을 독려해야 하고, 더 높은 분들과 '우리'의 목소리를 조율해야 하고,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 단위로 프로젝트를 잘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은 정말 힘들었다. 특히 나처럼 혼자 일하는 게 수십 배는 편한 사람들한테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는 그렇다. 정말 힘들다. 그래서 리더포비아라는 현상도 있겠지? 땡. 반은 틀렸다.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정말, 적극적으로, 절실히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정확히는 '장'을 달고 싶어 한다. 팀장, 파트장, 본부장, 무슨장... 도대체 왜? 사실 나는 그 이유를 안다. 모르고 싶었는데 알아버렸다. 아무튼. 내가 관찰한 적극적으로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의 특징은 대충 이러하다.


기본적으로 서열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이가 애매하게 많아서 더 이상 누구 밑에서(특히 나이가 어린 사람 밑에서) 일을 하는 걸 껄끄러워하는 것 같다.

주관이 강했다. 누구의 말보다는 자신의 말 그대로 하는 걸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조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했고,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실무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 조직 내 생존 방식 중 하나로 리더 역할을 택하는 것 같은 경우도 있었다.


쓰다 보니 내 얘기도 있는 것 같고? 다소 나쁘게 써진 것 같기도 한데... 오해는 하지 말아주시라. 관찰 일기를 쓰듯 순수한 마음으로 담아둔 것을 꺼냈을 뿐이다.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위로 가고 싶은 욕심. 그걸 권력욕 같은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성장 욕구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거다. 리더는 되고 싶은데, 좋은 리더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 단어를 하나 더 붙여야겠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좋은 리더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관심이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것 같이 보였다. 그들은 결론을 너무 일찍 내리곤 한다. 결론을 정립할 때는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힘든 수련을 하고, 더 다양한 사례를 학습하면서 천천히 해도 될 것 같은데...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 사람 공부란 지독하고 힘들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으로는 그런 의무를 외면한 사람들에 대해 무작정 돌을 던지기가 망설여진다.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에 대한 콘텐츠는 무수히 많다. 영상, 아티클 뭐든 형식은 자기 취향껏 고르면 된다. 그러나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법'을 검색할지, '좋은 리더가 되는 법'을 검색할지는 잘 모르겠다.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적어두자면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보다 '사람들이 따르는 리더가 되는 법'에 대한 콘텐츠가 평균적으로 더 인기가 많다. 이건 나도 검색하다가 알았다. 기세, 카리스마 같은 것들로 사람을 찍어 누르면 사람들이 따른다고 한다. 나는 왜 몰랐을까. 나는 왜 그런 사람들을 보면 도망치고 피하기에 바빴을까. 그런 방식으로 리더쉽 역량에 대해 접근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그렇게나 많았다니.


진화심리학 책에서 본 바로는 인간이 높은 지위를 차지하여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방편으로 지배와 명망이라는 두 옵션이 있다고 한다. 포드 자동차의 총수를 지낸 헨리 포드 2세는 분명 성공적인 리더였다. 그 비결은 직원들에게 화를 내고, 창피를 주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기억나는 웃긴 문장이 있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헨리 포드 2세는 자신이 한 말에 가끔 직원이 반론을 제기하기라도 하면 조용히 이렇게 알려주었다.
"이봐, 이 빌딩에는 내 이름이 쓰여있다고."


반면 (엄청나게 부유한 할아버지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직원들을 잘 간섭하지도 않고 추궁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믿고 맡김으로써 직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며, 자기 자신도 도덕 원칙을 엄격하게 지킨다고 한다.


내 생각에 리더쉽도 결국 운과 상황이 잘 따라주어야 하는 거 같다. 어차피 대부분의 리더에게 주어지는 실제 과업이란 어찌저찌 굴러가게끔 하는 정도일 거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말 잘 굴러가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거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둘 중에 하나일 테지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알 거다. 한 명의 인간이 단지 의지, 인내, 힘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게 그다지 많지가 않다. 좋은 부하 직원을 만난 인복으로 때우는 경우도 아주 많다. 그러니까 누가 틀렸네, 누가 맞았네. 누가 좋은 리더야. 누가 나쁜 리더야. 할 것도 없지 않을까. 나와 '맞는/맞지 않는' 리더가 있을테고 내가 '바꾼다/바꾸지 않는다'는 옵션 선택만 존재한다. 나는 '바꾼다'라는 그 옵션을 지지리도 어려워했기에 작은 반성도 하게 된다. 리더에게 나는 어떤 조직원이었을까?


슬슬 정리를 해야겠다. 솔직한 내 생각은 리더포비아라는 게 갑자기 생긴 현상은 아닌 거 같다. 그냥 원래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누군가 단어를 만들어 붙인 것뿐이다. 사람들은 원래 (전문 용어로) 꿀을 빨고 싶어 하기 때문에. 누구를 이끄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이끌어주기를,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렇다. 세상에 욕 안 먹는 리더는 없겠다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리더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라는 초딩 같은 마음을 품고, 리더 자리는 기피하고, 그저 정해진 대답만 출력하며 일과를 보낸다.


"넵,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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