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가벼이 여기지 말지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분명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운동인데 한 발 더 깊게 들어가니 건강을 해치더라도 무리해서 더 뛰려는 내가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였다. 2023년은 코로나19 이후 많은 대회들이 정상화돼 운영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나 역시 신이 나서 여러 대회들을 신청했다.
보통 대회는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데, 그때는 많은 대회를 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또 나처럼 잿밥에 관심이 큰 러너는 기념품이 탐이 나면 대회를 잘 지나치지 못 하곤 한다. 그렇게 무리해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첫 번째 대회 때의 메이트는 마라톤 대회가 두 번째인 초심자였다. 3km 지점 즈음부터 힘들어하더니 5km 때부턴 중도 포기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온 만큼만 더 가면 피니시라인이야"라고 친구를 다독이며 걷다 뛰다를 지속했다. 이때부터 다리가 아파졌다.
보통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중간중간 쉬면 컨디션이 회복되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중간에 오래 멈추거나 걸으면 다시 뛸 때가 너무 힘들어진다.
대회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보통 꼭 들어와야 하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마라톤 대회를 할 땐 도로 통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치게 느린 주자를 기다리느라 하염없이 도로를 막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걷다 쉬다 뛰다를 반복하다 보면 막판에 시간에 쫓기게 되고, 그러면 힘든 와중에 크게 무리까지 해야 한다.
친구는 7km 쯤부터 거의 뛸 의욕을 잃은 상태였다. 우리 가까이에 엠뷸런스가 붙었고, 엠뷸런스에 추월당하면 끝이란 생각에 못 가겠다는 친구의 등을 떠밀어서 결국 완주했다.
그리고 다음 날. 기분 좋게 출발선에서 출발을 했는데 뭔가 시작부터 다리가 이상했다. 오른쪽 무릎에서 미미한 느낌이 있었다. 뛰면 뛸수록 그 느낌은 통증으로 변했다. 무서워서 5km쯤부턴 거의 뛰지 못 했다. 남은 5km를 거의 걸어서 완주하고 돌아오는 길. 무릎의 통증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결국 나는 무릎 염증으로 한동안 달리기를 할 수 없었다. 처음엔 오래 걷는 것도 힘들었고, 점차 나아지다가 가볍게는 뛸 수 있게 됐는데,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석 달이었다. 그나마 뛰는 것도 1~2km를 넘기기 어려웠다. 고작 그만큼만 뛰어도 통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몸이 다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그로부터 석 달 정도가 더 걸렸다. 자기 페이스를 놓친 상태로 이틀 연속 뛴 결과였다. 자신의 컨디션을 보고 강도를 조절하는 일상적 훈련과 달리 대회 때는 조금씩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연이어 대회에 출전하는 건 몸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간과한 건 순전히 나의 오만이었다.
운영하는 러닝방에서 매일 같이 올라오는 인증샷을 보며 다시 뛸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그러면서 다짐했다. 몸을 지금보다 훨씬 아껴주겠다고.
달리기를 사랑해서 대회에 나가고 싶다면, 몸을 보살피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소망대로 건강하게 오래 뛰는 것이 가능해진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건 달리기를 위한 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