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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Mar 06. 2022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게 싫었다

왜 하필 돈도 안 되는 기술만 익혔을까

최근에는 글쓰기 외 다른 기술을 배워볼까 진지하게 생각한 시간이 많았다. 내 직업도 기사를 쓰는 일이고 취미는 요리, 독서, 영화보기, 메모 정리, 글쓰기다. 요리 외에는 텍스트를 읽거나 (영상 텍스트 포함) 글을 쓰는 것 외에는 잘하거나 잘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인 게 스스로도 답답했다.


특히 요즘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널리고 널린 시대에, 이렇게 돈을 못 버는 기술만 익힌 내 스스로가 한심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물론 이 기술로도 큰돈을 버는 작가님도 계시겠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첫째는 과거에  글을 읽는  재밌기 때문이다


웃긴 이유지만 종종 내 페이스북이나 메모장에 써놓은 과거의 글들을 읽는데 혼자 즐거워서 1~2시간도 넘게 읽어댄다. 한 2015년 글까지 읽다가 ‘아니 내가 이렇게 글을 잘 썼단 말이야’하며 현재의 글쓰기와 비교하며 씁쓸해하기도 한다. 미래에 내가 즐거워할 글을 많이 써놓아야 한다.(?)




기사 쓰기는 조금 다르다. 기사 쓰기의 경우  기사를 읽은 사람들의 호응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보도자료나 성명을 정리해 쓰는 기사들 외에, 내가 기획해서 취재를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던져보는 기사나 유행하는 넷플릭스 시리즈에 대한 리뷰 같은   때는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편이다


기사에 공감해주고 "잘 읽었다"는 피드백이 올 때는 뿌듯하며 가끔은 낯부끄러운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 피드백에 답메일을 보낼 때도 있고, 피드백에 대한 사실을 다시 취재해 후속 기사를 작성하기도 한다.


반응의 내용도 신경 쓰이지만, 반응의 규모도 피드백의 일종이다. 나는 사안이 굉장히 의문스러워 기사로 의문을 제기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  혼자만의 세계에서만 신이 났었구나'하고 풀이 죽는다. 그래도 기록으로 남긴 것에 의의를 두자는 합리화할 때도 있다.


가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반응이 돌아오면 '독자들은 왜 이 이야기에 공감할까'라고 생각해보면서 새로운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글쓰는 환경.


스스로  글을 읽으며 재밌어하기, 독자들의 호응을 확인하며 뿌듯함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기, 반응의 크기들을 관찰하며  이유를 생각해보기 외에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을 때 나는 결국 글에서 해답을 찾는 사람이다.


며칠   삶에서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느껴 절망적인 시간을 겪었다. 그때 나는 얼마  저장해두었던,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던 사람이 한국일보 '오은영의 화해'라는 상담 코너에 보낸 기사를 꺼내 읽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들어가 '오은영의 화해' 코너의 거의 모든 글을 읽었다. 하나하나 상담글이   분량인데도 모든 글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읽은 것뿐 만이 아니라 내가 공감이 간 상담 회차의 제목과 링크를 복사하고 문장들을 발췌해 하나의 문서를 만들고 있었다.


자아가 형성된 때부터 나의 '문제 해결 방법' 항상 이런 식이었다.  문제와 비슷한 내용을 다룬 기사나 드라마, 영화를 찾아 보고  속의 텍스트를 발췌해 정리한다. 그리고선 상황과  맞거나 적확한 솔루션을 기어코 찾아내고, 그것을 노트에 적고 하나의 상담일지 식으로 정리한다.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를 알아가며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내가 앞으로 취해야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해지고, 마음도 아주 가볍고 깨끗해진다. 




이것은 앞서 말했던 누군가  글을 읽어주길 바라고,  글에 공감을 보여 호응을 보인 것에 대한 기쁨과는 전혀 상관없는 행위다


앞전의 행위가 '기분 좋은 ',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라면 글로  마음을 정리하는 일은 '하지 않으면   '이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직업으로 기사 쓰기나 에세이 쓰기를 하지 않아도 글을 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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