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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Oct 17. 2023

타인의 인정을 원하지 말라고?

내가 좇는 가치가 그다지 멋지지 않은 것이라 할지라도

켈리 최의 책 '웰씽킹' 초반부에는 인간이 원하는 핵심 가치들이 죽 열거돼 있다. 나는 인기 있는 자기 계발서는 무조건 한 번 훑어보기라도 하는 편이다. 특히 성공한 여성이 쓴 자기 계발서는 그 인물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어쨌든 읽는다.


켈리 최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지만 사실 어느 정도 명성을 얻은 사람들의 평가는 항상 극과 극으로 나뉘기 때문에 그런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책의 내용을 훑어보았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82834752&start=pnaver_02




그 가운데 초반부 핵심 가치들을 열거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 중 90%가 비슷한 이유는 (물론 매우 뛰어난 자기 계발서도 많다) 인간이 좇는 핵심 가치를 매우 좁혀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계발서들이 말하는 좋은 가치는 돈이나 부지런함, 명예와 가족 정도다. 핵심 가치가 좁혀지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웰씽킹'의 초반부가 재미있던 이유는 바로 인간의 핵심 가치를 매우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초반부에서 스스로 자신의 내면의 밑바닥에 있는 진짜 핵심 가치를 찾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알려준다.


물론 책 전반을 모두 읽으면 저자가 좇는 가치 역시 다른 계발서들과 비슷한 것을 알 수는 있지만, 그것은 저자의 핵심 가치이다. 책을 읽는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와 구분해 읽으면 된다.


나는 자기 계발이든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뭐든 '스스로를 먼저 잘 알고,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분석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 책에서 저자의 핵심가치를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부터 분석해야 한다고 하는 부분이 와닿았다.


자신의 핵심 가치를 먼저 깨달아야 남이 자신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훼손하는 것을 당당하게 거부할 수 있고 목표를 향해 가기가 쉬워진 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가 꼭 돈이나 명예일 필요도 없다고 제시한다.




캘리 최는 60개의 가치 중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고르고, 그 후 10개를 고르고, 5개로 좁혀보라고 한다. 60개의 가치는 다음과 같다.


성취. 모험. 진정성. 변화. 헌신. 공동체. 공헌. 용기. 창의성. 배움/교육.
 
효율성. 공감. 경험. 공정. 믿음. 친구. 관대/너그러움. 성장. 겸손. 유머.

이상적인. 논리. 충성. 개방/수용. 타인의 인정. 결과 지향. 만족감. 성공. 뒷받침/서포트. 체계.

균형. 아름다움. 도전. 경쟁. 자신감. 일관성. 호기심. 자존감. 다양성. 평등.

윤리. 탁월함. 명성. 가족. 자유. 조화/화합. 건강. 정직/솔직함. 자립. 개성.

리더십. 열정. 과정지향. 현실적인. 안전함. 봉사. 안정감. 팀워크/협동. 투명성. 부   


캘리 최는 "핵심 가치를 세우라는 말은 다른 가치들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핵심가치는 중요한 순간에 빠른 결정과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지표다"라고 말한다.




내가 수많은 자기 계발서나 혹은 철학책, 어떤 ism, 혹은 어떤 언론사의 기사, 혹은 어떤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느껴왔는지 생각해 봤다. 수많은 가치들 중 사람이 좇는 핵심 가치들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런데 특정한 ism이나 언론사의 기사, 어떤 이들은 상대의 핵심 가치를 무시하거나 자신의 핵심 가치만 옳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부, 성취, 성장, 성공, 경쟁, 도전 등을 핵심 가치로 여기고 또 어떤 이들은 공헌, 공정, 평등,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여긴다. 혹은 가족, 현실적인, 안전함, 봉사 등을 핵심 가치로 여길 수 있다. 핵심 가치들의 조합은 60개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이런 핵심 가치의 조합이 비슷한 종류의 것이어야만 하는 줄 안다. 핵심 가치의 성격이 모순되면 '모순된 사람', '앞뒤가 다른 사람', '변절자' 같이 생각한다. 혹은 핵심 가치 중 어떤 것은 열등하고 어떤 것은 우열하다고 단언한다.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과는 대화를 해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핵심 가치의 조합이 신선하다면, 나와 다른 핵심 가치를 고른다면 '저 사람은 왜 저것을 핵심 가치로 여기고 있을까? 나는 왜 저것을 핵심 가치로 여기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 소재는 무한정으로 나온다. 남의 가치들을 인정하지 않고 단언하는 것은 이 무한정의 대화를 막는 태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같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생의 시기마다 핵심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 나의 경우 핵심 가치 중 '변화', '성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내가 변화하고 성장할 때마다 추구하는 핵심 가치 역시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점이 있다. 핵심 가치 중 타인의 인정, 경쟁, 결과 지향 등 어쩌면 기존의 자기 계발서에서는 추구하지 말라고 배우는(?) 가치들 역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 역시 타인의 인정을 내 인생에서 꽤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랜 시간 '나는 왜 이렇게 타인의 인정을 원하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을 중요시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자존감이 너무 낮은 걸까?'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의 해당 부분을 보고 '타인의 인정' 역시 누군가에게는 핵심 가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복잡한 철학서를 보다가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인간의 본성은 어쩌면 단순하고, 그 단순함을 좇는 게 큰 잘못은 아니라는 (?)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의 나로선 ‘타인의 인정’ 역시 매우 중요한 삶의 가치 중 하나다. 오히려 '타인의 인정'이란 가치처럼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내면 속 욕망을 인정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좇는 가치가 그다지 멋지지 않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내면 깊숙이 원하는 게 현실이라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우선 획득해보려고 노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나서야,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가치를 좇지 않을 만큼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억지로 '난 이 가치를 원하지 않아'라고 스스로를 속여봐야 내면의 번잡함만 커질 뿐이지 않을까.


사진=호아킨 캄프 그림, 책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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