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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Nov 23. 2023

내 마음을 몰라? 사실 답은 이미 알고 있잖아

책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 리뷰

책: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
저자: 양재진, 양재웅


형제 의사이자 유튜버로 인기 있는 양재진, 양재웅이 낸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를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었다. 이미 이들 유튜브 '양 브로의 정신세계'를 좋아했어서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듣고 기록도 했었는데 그와 관련한 글은 아래에.


https://brunch.co.kr/@after6min/44


사실 양 브로의 정신세계를 꾸준히 본 구독자라면 책의 내용 역시 반복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영상으로 본 것이 활자로 정리돼 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나쁘진 않았다.



이 책의 목차는 자존감, 불안, 미래, 관심, 가족, 친구, 직장, 연애로 나뉘어 있다. 관련된 고민들을 짧게 다루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신상담과 관련해 대중적으로 다가서는 것이 목표인 듯 보인다.


재미있는 것이, 같은 고민에 양재진 의사와 양재웅 의사가 번갈아 가면서 코멘트를 쓰는데 둘의 결이 약간씩 다르다. 양재진 의사는 고민을 포괄적으로 정리해 주고, 관련된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최근 통계와 기사 등 현황을 덧붙이는 식으로 정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마치 신문 칼럼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양재웅 의사 부분은 고민에 대해 '왜 내가 그런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 조금 더 심리학적으로 다가서는 접근이라고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양재웅 의사의 코멘트들이 더 재미있긴 했다. 양재진 의사의 코멘트는 개괄적이고 깔끔한 느낌. 양재웅 의사 코멘트는 공감 가고 '아!' 하는 지점이 있는 느낌.


핵심 키워드 1: 전두엽 자극


항상 정신과 상담 등에서 나오는 공통된 이야기가, 뇌의 전두엽을 잘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처럼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들의 고민에 공감이 갔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역시나 운동, 청소,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일상의 도전들을 자주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결론은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라는 것. 머리로는 아는데 실행이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걱정은 뇌에서 감정과 기억을 주관하는 파페츠 회로가 자극된 결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눈두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는 이성과 논리의 뇌, 실행의 뇌인 전두엽을 자극함으로써 차단할 수 있습니다.

운동, 주변 정리, 필기, 청소 등과 같이 간단한 것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피드백을 얻으면 전두엽은 자연스럽게 자극됩니다. 이를 통해 파페츠 회로의 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핵심 키워드 2: 거리감, 균형


상담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 '균형'이나 '거리감'이라는 단어다. 대부분의 대인관계에 대한 문제가 '거리감'이 너무 좁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이나 연인의 문제에서는 건강한 거리감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해 문제가 생긴다. 많은 문제가 이 '거리감'에 대한 감각을 되찾으면 쉽게 풀릴 수도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힘든 사람에게도 '거리감'을 두지 못하는 이유가, 따지고 보면 결국은 자신도 아쉬운 입장이기 때문이기에 그렇다.


같이 있기 힘든 사람이지만 그에게서 여전히 사랑을 받고 싶다거나 관심을 받고 싶다거나 아니면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싶은 이유 때문에 거리를 두지 못한다. 거리를 두려면 어쨌든 내가 원하는 이득, 사랑과 안락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역시 머리로는 알아도 실행은 어려운 부분이겠지.


누군가 나의 인생을 함부로 속단하거나 헤집어놓을 수 없게 하려면 그들의 사랑과 안락함 또한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갖게 되는 불안감과 죄책감을 견뎌내야 합니다.


핵심 키워드 3: 회복 탄력성


정신 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실 거의 모든 원인이 '부모님으로부터 사랑', '어렸을 적 사랑을 못 받아서' 등등으로 귀결된다. 나는 이러한 귀결을 매우 답답하게 여기는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렇다. 모든 핑계를 그곳에 두면 발전이 없다.


그렇기에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다. 아무리 유년기 기억이나 환경이 좋지 않았어도 이를 극복하는 사람들에겐, 회복 탄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 지긋지긋하기도 한 것이... 그 회복탄력성을 위해선 '운동'과 거리감이 또 필수다. 휴. 알아도 어렵다 어려워. 또 나온다 전두엽 자극.


이처럼 회복 탄력성을 갖춘 아이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과의 정서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했고, 새로운 롤 모델을 찾아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답습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또한 끊임없이 사물과 상황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고 규칙적인 운동도 했고요.

결국 계획과 목표를 매일 실행하는 과정에서 전두엽이 강화된 결과 편도체의 과활성화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죠.




전두엽 자극, 거리감과 균형, 회복탄력성 등의 키워드 외에도 회사에 관한 상담도 재미있게 읽었다. 꽤 현실적인 조언이라서 좋았다.


보통 상담이나 위로류의 책을 떠올리면 '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넌 잘못이 없어~'이런 류로 흐를 거라 예상하는데, 이들은 반복해서 전두엽 자극(운동, 청소, 필기, 작은 성취, 매일매일 성취 이루기) 거리두기, 회복하기, 현실적으로 메타인지 하기 등의 방법을 말해주어서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결론은 결국 내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긴 하다.


직장에서의 상담에 대해서 '일만 잘하면 되지' 혹은 '너가 욕하는 그 상사가 나빠! 넌 괜찮아!' 이런 식의 유치뽕짝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상사와 잘 지내는 것도 '일을 잘하는 것'에 포함된다는 포인트가 나온다.


사실 직장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 안에는 상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는지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쉽게 말해 직장에서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것만큼, 조직 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또한 별개의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결국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직장에서 해야 할 일의 연장인 것이죠.

직장은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곳인 만큼, 목적은 일이라고 할지라도 갈등이나 관계를 풀어나가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 능력 또한 평가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결국 자기 자신을 잘 돌보고, 전두엽이 자극되는 활동들을 매일 열심히 하고, 사람들과 좋은 거리감을 두고 살아가야 한다.


화가 날 때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뇌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가동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으니 몸도 마음도 쉬라는 신호입니다.

그러니 이렇게까지 폭발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그때그때 나에게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평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더욱 좋겠죠.


정신과 상담이 궁금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이들의 유튜브를 평소에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힘들 때 계속 힘들다고 누워있거나 문제를 회피하면 점점 더 큰 구렁텅이에 빠질 뿐이다. 결국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하루하루, 자잘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운동, 청소를 열심히 하자. 모두가 정답을 알고 있긴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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