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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Dec 04. 2023

뭐든 '초기 세팅' 해두면 쉬워진다

내가 새로운 일을 두려워했던 이유


초등생 시절, 나도 다른 초등생들과 마찬가지로 새 학년이 시작되면 친구 사귀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집에 돌아와 울기도 하고, 엄마에게 하소연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다. 그때 엄마가 나에게 해주신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요즘에도 종종 기억이 난다.


"2주만 지나 봐. 그때 되면 친구가 많이 생겨있을 거야. 넌 곧 잘 그랬잖아."


그리고 정말 엄마 말처럼 2주가 지나자 나는 새 학년 새로운 반에 적응했다. 이후에도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 어려움이 있을 때는 '2주만 참아보자'를 되뇌게 됐다.




최근 다시 '2주만 참자'를 되뇌게 된 것은 이유식 만들기였다. 아기가 6개월이 다가왔을 때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른이 되어서 안 것이지만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엄청 잘 나온다는, 시판 이유식을 할 생각이었지만 아기가 시판 이유식 보다 내가 만든 엉성한 이유식을 더 선호하는 것을 뚜렷이 알게 된 후로는 이유식 책을 보면서 틈날 때마다 큐브 이유식을 만들었다.


https://brunch.co.kr/@after6min/186


이번에는 2주는 아니었고, 한 달 정도 지난 7개월 중반 무렵이 되자, 큐브 만들기에 재미가 붙고 뿌듯함을 느끼게 됐다. 이제는 남편이나 나를 위한 집밥을 만들면서도 가스레인지 한편에 아기 이유식을 위한 재료를 찌고 있는 수준이 됐다.


주말에 만들어 놓은 큐브 이유식이 가득가득.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덥히기만 하면 된다.


이번 주말에는 큐브에 이유식을 차곡차곡 쌓는 게 너무 뿌듯해서 큐브를 한 개 더 사서 두 개의 큐브를 꽉 채웠다. 이렇게 일주일 이상의 이유식 식량을 꽉 채워놨는데도, 이유식 책을 계속 보면서 '아직 토마토를 못 먹여봤는데 마트 가서 토마토를 사 올까..' 하며 이유식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역시 뭐든지 초기 세팅의 시간이 지나면 매우 수월해지고, 편해지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면 직접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그다지 힘들지도 않게 된다.




지난여름에 읽었던 '세이노의 가르침'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자주 나왔었는데, 아주 작은 일이라도 직접 해 버릇하고, 새로운 일일 수록 더욱 그렇게 하라는 내용들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길이고 그렇게 많은 일들을 직접 처리해 버릇해야 큰 사람(이 책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 매우 공감했었다. 물론 이 책은 너무나 방대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돼 있어서 (전자책으로도 600 몇 페이지다..) 사실 아무 에피소드에나 이 책을 끼어넣을 수 있을 정도긴 하다.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뭐든지 그래도 '직접'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1. 자원을 배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자의 역할, 이런 역할들은 이론으로 배워 머릿속에 있다고 해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어 가면서 체득하는 것이다. (...) 칼잡이는 직접 짚단을 베어 보아야 솜씨가 느는 법이다. 결국 진짜 공부는 사회에서 하는 것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전공은 실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중)


2. 나는 공장 자동화를 위해 어떻게 접근하여 왔을까? 먼저 공장 자동화 관련 잡지들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잡지나 신문에 실린 광고를 보고 업체에 전화를 하여 이것저것 물어도 보았다. 자동화 종합 전시회도 구경하고 참가 업체들을 귀찮게 하면서 카탈로그들도 모았다. 구로동 공구상가는 물론 용산 전자상가 지하 1층도 직접 기웃거렸다. 이상의 일들을 나는 지난 6개월간 간간이 하여왔다.
(세이노의 가르침, '무슨 일이든 더 잘하는 방법이 있다' 중)


3.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에서 허드렛일을 시키면 아주 기분 나빠한다. 학력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다. 신입 여사원들 중에는 커피 심부름이나 복사 심부름 같은 일을 하고자 취직한 것은 아니라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 사람들은 허드렛일들을 우습게 여길까?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해야만 하는 일을 그들보다 훨씬 잘난 내가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커피 하나도 제대로 타려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 허드렛일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당신이, 허드렛일은 당신보다 못난 사람이 해야 하는 것으로 믿는 당신이, 사업이나 장사를 하겠다고? 돈을 벌고 싶다고? 꿈 깨라.
(세이노의 가르침, '허드레 일부터 제대로 해라')


(물론 이 에피소드에서 왜 굳이 ‘여사원’에게 커피 심부름 운운하는 건지는;; 이런 건 걸러서 읽자.)

세이노의 가르침, 허드레 일부터 제대로 해라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가 컸던 이유는, 이렇게 작은 일들을 무시하고, '이런 것까지 내가 해야 하나?' 하는 태도가 기저에 깔려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친구를 새로 사귈 때에도 '아,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 하나? 싫은데..', '내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친구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기에 스트레스가 컸다. 회사에서도 '이 일은 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해야 하나? 싫은데..'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컸고, 그 일을 해주지 않는 다른 동료들에 대한 미움도 있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도 '내가 밥 차리는 사람인가? 왜 내가 여길 청소 해야 하지?' 등등의 생각들로 억울함이 많았다. 아기를 낳고 나서도 '이것까지 내가 해야 하나? 안 그래도 힘든데' 등등의 생각이 내 생각의 기저였던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일이 생기면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누구에게나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긴 하다. 그러나 유난히도 새로운 일을 힘들어했던 내가, '그래 2주만 직접 해보자, 2주가 지나고 나서도 힘들면 그때 다시 해결책을 찾아보자'라고 생각을 바꾸니 여러 가지 일들이 수월해졌다.


세상만사 2주 만에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2주, 어쩌면 더 적은 시간으로도 금방 익숙해지기도 한다. 그 초기 세팅의 시간이 지나면, 두려워했던 일을 아주 수월하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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