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민경 Jun 19. 2023

악플 고소해 본 사람이 말하는 악플러 특징

완성된 자신의 글은 없는 사람들

기자 일을 한 지 8년 차다. 이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아주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첫째는 세상은 흑백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점.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두 번째인데 이 일을 하면서 댓글이나 악플에 대한 맷집이 조금 생겼다는 것이다.


댓글과 악플 문제는 사실 매우 어려운 문제로, 간단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악플로 인해 연예인 자살 등 사회문제로까지 번져 연예 뉴스에는 댓글이 중지됐다. 특히 성희롱이나 2차 가해 문제 때문에 특정 언론사는 성범죄나 젠더 기사에 대해서는 댓글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도 한다.


미디어를 연구하는 사람들 가운데 댓글창을 아예 닫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댓글 실명제 같은 경우는 이미 표현의 자유 침해로 2012년 위헌 결정이 나온 상황이라 다시 논의에 부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인적 견해로는 모든 댓글창을 아예 없애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특정 기사에 악플이나 2차 가해가 예상될 경우 취재원이나 사건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댓글창을 열거나 닫는 것을 상의해 보고 결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나의 기사에 꾸준히 성희롱성 악플을 단 악플러를 고소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일이다. 혼자 고소를 진행한 것은 아니고, 해당 악플러가 나 외의 우리 회사 기자들에게도 똑같이 성희롱성 악플을 달았던 인물이라 여러 기자들과 함께 고소를 진행했다.


고소를 통해 그 악플러가 누구인지 찾았다. 그 사람은 미국에 사는 70대 남성이었다.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벌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서 처벌까지는 가지 않았다.


최근에는 기자들이 지속적으로 악플을 다는 사람을 고소하는 건들이 늘고 있고, 실질적으로 처벌(벌금)이 진행된 건도 많다.




기사뿐 아니라 에세이 등 개인적 생각을 올리는 브런치에도 비판적인 댓글이나 악플이 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에 올린 글 가운데 내가 명품을 사는 것에 대해 반감이 없고, 명품을 사는 것이 흥청망청 사는 것과 동일어인 것은 아니라는 글에 꽤 많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나의 생각과 반대인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대부분 많은, 글쓴이를 비판하는 댓글의 문제는 글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대충 자신이 읽고 싶은 부분만 읽은 후 하고 싶은 말만 써놓는다는 것이다. 글을 제대로 읽었다면 이미 해소됐을 부분인데도 말이다.


포털 댓글과 달리 브런치 계정은, 클릭을 해보면 그 사람이 어떤 글을 썼는지 바로 볼 수 있다.


브런치에 글쓴이에 대한 비아냥 등을 포함한 댓글을 써놓는 사람들의 특징은, 공개된 자신의 글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 난 나의 브런치에 어처구니가 없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계정을 항상 클릭해 보는데, 보통 자신의 글은 하나도 없음을 다시 확인한다. 그럴 때면 '그럼 그렇지'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된다. 타격감이 줄어든다.


보통 선플을 쓰거나 공감을 한다는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쓰고 있다. 상대방도 자신의 브런치에 와서 ‘하트’를 누르고 공감 댓글을 써주길 바라는 의도도 있다.


반대로 자신의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그런 의도 없이 쉽게 비아냥대는 댓글들을 쓴다. 난 그런 계정들을 보면 이렇게 생각한다.


‘남의 글에 비아냥대는 댓글을 쓸 바에는 그 글을 다듬어서 자신의 글을 쓰는 게 낫지 않나?‘



https://youtu.be/h46IBjsXuK0


얼마 전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런업’에서도 악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런업’에서는 악플을 다는 사람을 두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그저 지나가면 될 것을 굳이 악플을 쓰는 사람들에 대해, 이런 사람들이 한국사회를 더욱 경직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두고 사회악이라고도 언급했다.




합리적 비판이나 글쓴이와 다른 생각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글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글쓴이를 비아냥대고, 욕설에 가까운 단어들을 들먹이는 행위는 분명 창작자들을 위축시키는 행위다. 브런치에도 많은 이들이 ‘돈도 안되는 글을 쓰는데 왜 악플을 받고 상처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플랫폼을 떠나겠다는 글을 올린다.


물론 내가 공개적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비판적인 댓글을 쓸 수도 있다. 내 글에 아무런 비판을 해선 안된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기사 댓글창이든 나의 브런치든 댓글 기능을 닫지 않는 편이다.


다만 그냥 그럴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다듬어 자신의 브런치에 올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