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 결심으로 가는 길(1)

그래서 퇴사합니다.

by 소하

약 11년간 두 번의 이직을 했다. 이직의 사유는 모두 성장지향러의 ‘더 배우고 싶어와 더 잘하고 싶어’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이직은 이직할 수 있을까? 이직해서 나는 일을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매일 구인공고를 살펴보았고 실제로 시행하는데 거의 2년이 걸렸다. 그렇다 나는 완전 쫄보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정규직을 자리를 박차고 나가 계약직으로 지내면서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업계가 좁다 보니 이직 시도에 대해 현 직장에서 알게 된 후 뻔뻔하게 (이직 실패 95% vs 성공 5%로 예측했던 쫄보) 일할 수 있을까 등등 많은 염려와 걱정을 이겨내고 이력서를 작성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잠시의 휴식도 없이 쫀쫀하게 첫 번째 이직을 한 후 많이 배우고 많이 울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좋은 동료들을 얻었고, 계약직이었던 나는 계약 만료 이전에 좋은 자리에 대한 요청을 받아 간신히 일주일 휴가를 얻고 두 번째 이직을 감행했다.

나름 이직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의 의사결정 방법과 시스템, 새로운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업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업무 진행 방식 등 다시 처음부터 배우고 시작해야 함은 무척이나 잘 알고 있어 어려웠지만 첫 번째 이직처럼 많은 긴장감에 허우적거리지는 않았다. 이직 후 아직 학업을 진행 중인 석사생의 신분이 있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모두들 기억이 흐릿하다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했는데, 매번 아쉬웠다. 이직한 조직의 업무 문화와 방식, 부서원들과의 소통과 관계 형성뿐 아니라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자료조사 및 숙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시키는 방법 등 콘텐츠는 낯설지 않지만 초면인 일들을 하려니 에너지는 몇 배로 들어가게 되었다. 또한 서비스를 이용하던 참여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공급하는 공급자의 입장을 가져야 하는 조직으로의 이동이었기에 해야 할 일은 많으나 나 스스로가 가진 일에 대한 기준은 높고, 열심히 했지만 시간도 에너지도 노하우도 부족하다 보니 실수를 통한 학습만이 내 곁에 남아있고 그저 끝내서 다행인가, 라는 씁쓸한 마음만 남아있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실수를 통한 학습과 초면인 업무의 프로젝트가 문제없이 마무리된 것은 정말 의미 있는 것들인데 나의 업무에 대한 기준이 정말 높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격과 방법이 다른 일이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분야(비영리)에서의 일은 여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나를 다독였지만 이마저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예상밖의 힘든 부분들과 많은 양의 일에 방향을 잃은 채 치여가고 있었다.




어느 날 부서 워크숍에서 성격검사 결과에 나라는 사람은 예술가형이라 한국사회 특히 조직생활이 성향상 쉽지 않은 편이라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전문가의 말을 들었다. 워크숍 성격검사는 각자의 성향 검사 결과를 통해 조직 내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컨설팅을 받는 시간이었는데 전문가 분석한 나는 정말 나였다.(부서원 각자의 말투나 말하고 일하는 방식을 잘 맞추셔서 모두가 깜짝 놀라기도 했고, 결국 조직의 모든 부서가 워크숍에 전문가님을 초빙했다.) 예민한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적당히 해라 라는 말을 들었던 나로서는 가끔 혹은 종종 내가 부족하고 이상한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보니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조직 혹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부분(누군가가 말했던 예민함과 같은 것들)을 고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워크숍을 통해 이상한 게 아니라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은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약간의 자유함을 느꼈다.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구나, 내가 이상하고 부족한 사람이 아니구나. 어쩌면 조금 더 목소리가 큰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던 나름의 피드백과 평가에 맞추어 살려 버둥거리고 있었구나,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라서 이 모습 그대로 괜찮구나, 다른 사람과 서로 배려가 필요하구나 깨달은 것이 지친 나에게 작은 자유와 힘이 되었다. 전문가는 나에게 글을 쓰세요. 꼭 글을 쓰세요.라고 말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가지고 있었지만 독서도 놓은 지 3-4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기획안과 보고서 외에 글쓰기를 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다 보니, 막연한 글 쓰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인 나였다. 지치고 마음 한구석 답답함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약간의 자유함을 준 누군가가 글을 쓰라고 하니 더욱 써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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