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차 B2B 마케터의 회고
마케팅을 처음 시작했을 땐, 뭐니 뭐니 해도 아이디어가 전부인 줄 알았다. 누구보다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남들보다 새롭게 기획하고, 도구를 익히고 분석하는 능력이 경쟁력이었다. ‘혼자 잘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라 믿었고, 그렇게 몇 년은 정신없이 달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났다. 브랜드는 한 사람이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좋은 결과는 늘 ‘함께’의 산물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갔다. 프로젝트 하나를 끝낼 때마다 기억에 남는 건 KPI보다도,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 밤을 새워 기획하던 동료, 디자인 시안을 만들던 디자이너, 현장에서 리드를 받기 위해 같이 땀 흘리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AI기업에서 마케팅 디파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혼자 하던 마케팅이 아니라, 누군가를 채용하고, 협업하고, 함께 방향을 고민하며 나아가는 일. 이제는 툴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고, 아이디어보다 그걸 실행할 사람의 에너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 아래 모여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게 내가 지금 가장 몰입하고 있는 마케팅이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결국 마케팅은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도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제는 성과보다 과정이, 숫자보다 사람의 표정이 더 크게 다가온다. 마케터로서, 또 리더로서 내가 남기고 싶은 것은 멋진 캠페인의 실적표가 아니라, 서로를 성장시키는 협업의 기억들이다. 시간이 지나도 사람은 기억된다. 결국 사람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