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은 마음의 방향을 돌리는 것으로부터
그건 정의하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다. 난 아직 모른다. 영원히 모를지도 모른다. 사랑이 무엇인지 혹시 당신은 아시는지.. 설마,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토록 수 많은 이야기, 영화, 드라마 그리고 그 보다 더 뜨겁고 절절한 오늘 하루 현실에서 사랑이란 주제가 끊임없이 반복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오늘 아침 난 아내에게 고백했다. "사랑해 여보"
두 아들에게 뽀뽀하며 소리쳤다. "아들들~ 아빠 출근한다. 쏴랑해~"
그 의미를 '간단히' 정의내리지도 못하면서 자신있게 외쳤다.
내 마음을 그 언어가 아니고서는 다 표현할 방법이 없음으로!
대학시절, 한 친구가 내게 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회의문자인지 상형문자인지 찾아보지 않았지만, 단지 내 생각일뿐이니까 겁없이 愛라는 글자를 파자破字해서 말했다.
사랑 愛자는
손톱 조 爪 + 민갑머리 冖
마음 심 心 + 나란이 걸을(천천히 걸을) 쇠 夊, 뒤쳐져 올 치 夂
"비난은 멈추고 마음의 걸음을 함께 하는 것."
"때론 뒤로 쳐져서 그대가 바른 길로 가는지 잡아주고, 때론 한 발 앞서서 힘든일을 감당해 내는 것"
"한 곳을 바라보며 느려도 함께 걸어가는 것"
사랑은 이런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제법 괜찮은 대답이라 생각했다. 그 이후로 내내 난 사랑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다고 생각과 행동이 늘 일치한 것은 아니었지만...
세상에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다. 어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 먹먹해지는 감정이나, 아버지를 부를 때 짠한 동질감과 오랜 죽마고우들이 몹시 그리울 때 외치는 "사랑한다 임마"나, 하느님을 향한 성경신誠敬信의 마음이나 그 감정의 본질, 근원은 하나일지 모르지만 달리 표현되고 달리 행해지는 사랑의 방식이 있다.
그렇지만 내 여자, 내 남자를 향한 "사랑"보다 더 직관적인 것이 없을 거다. 둘러표현할 수도 없고, 침묵할 수도 없는 이 놈의 감정은 "사랑해"라는 말 아니고선 후련하지 않다.
아내가 거울을 보며 한 숨을 쉰다. 두 아들이 저들끼리 놀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침밥을 해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며 연신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여보 요리사 요리사!"라고 외친다. 이거 마음껏 긁어 라며 금색 카드를 하나 멋지게 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혹시 남자의 "사랑해."는 이런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다른 표현일까?
우리의 첫 데이트는 도자기 전시회에서였다. 당시 취미로 도예를 하고 있었는데, 작품하나 전시하지 못한 나는 그저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싶어 전시회를 핑계삼아 데이트를 신청했다. 전시회장 주변을 함께 산책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분.. 1시간..
어느덧 2시간을 훌쩍 넘게 우린 이야기를 하며 함께 걷고 있었다. 난 이렇게 평생 함께 걷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마도 아내도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어느날 그 때 이야기를 꺼냈더니 "으이고 내가 그 때 미쳤지."라고했다. 썩 듣기 좋지 않지만 그 땐 미칠만큼 좋았다고 해석하려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함께 걸어본지가 참 오래되었다. 사랑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랑의 방향은 나 자신을 향해 있었던 건 아닐까, 아내는 어떤 삶을 꿈꾸었을까? 미래의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있었을까? 아내는 꿈이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꿈꾸는 여자이다.
나란 사람을 만나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