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生角 :
지각이나 기억의 활동으로만은 충분하지 않을 때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헤아리는 활동을 생각이라고 한다. - wiky
새벽 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할까? 오늘 잊지 말고 처리할 업무가 무엇인지. 내달 일정을 위해 오늘 시작해야할 것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러고 보니 난 자주 생각에 잠긴다. 각角은 일각一角, 시각視角이란 말처럼 사물이나 현상을 보는 입장을 의미한다. 방향이 선다는 말이다. '현상을 보는 입장, 방향이 생겨나다, 생기도록 하는 노력' 따위를 ‘생각生角’이라 할 수 있겠다.
행동이 굼뜬 나를 보고 아내가 종종 화를 냈다. 그러면 옆에서 지켜보시던 장인어른께서 ‘생각이 많아서 그래’라고 편을 드신다. 부모님께서도 어릴 적부터 그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생각이 많아서 그래.”
나를 닮아서일까? 첫째 녀석이 가끔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저맘때쯤 나도 그랬었다. 위로 누나들은 자기네들끼리 놀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게에서 하루 종일 일하셔야했다. 몸이 부딪히는 놀이를 싫어했던 나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저 산 넘어는 뭐가 있을까, 저 하늘 너머는 뭐가 있을까,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걸까..
예닐곱살이면 그런 생각을 하는 때다. 내가 그랬었나 싶으시겠지만, 생각을 잡고 끌고가느냐, 금세 놓는냐는 차이일뿐,, 이 나이때는 존재에 대한 질문이 샘솟는 때다.
큰 아이가 "아빠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요?" 라고 물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해주었다. 아이는 유심히 들었고, 표정이 밝아졌다. 아내는 아직 아이한테 너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는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아이는 커나갈수록 계속 질문할 것이고, 나는 최선을 다해 말해줄 것이다. 아이가 자신의 깨달은 바를 이야기해준다면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큰 자극이 되다면 무척 기쁠 것이다. 행복할 것이다. 이제 아이가 철학의 싹을 띄우는 때이니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삶에 대한 나의 경험과 깨우침'을 말해주어야 하고, 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생각을 쌓아올려 체계가 세워지면 그것을 사상思想이라고 한다. 내 나이면 생각을 정리해야할 연배라고 하는데, 아직 나는 내말에 온전히 자신이 없다. 늘 내 생각이 맞는지 내 말이 맞는지 점검하는 습관이 있다. 사람들은 정리된 생각을 갖고 체계적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선배라고 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은 선배先輩는 본래 낭가郎家문화에서 우두머리, 즉 리더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했다. 고조선의 국자랑國子郞, 고구려의 조의, 백제의 무천, 신라의 화랑 모두 낭가라고 했다. 선비란 말도 선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생각이 많은 나는 아직 사상을 이루진 못했다. 아마 사상이란 높은 탑을 쌓는 일은 평생 요원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래,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선배같은 선배는 되고 싶다는 바램이다. 후배들에게 조금 더 잘 일을 가르쳐줄 수 있고, 그들이 나의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답을 말해줄수 있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대화와 논쟁이 즐거운 선배가 되었으면 좋겠다.
늘 공부해야하는 행복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이렇게 생각만 많을 뿐 정리되지 못하니 여전히 지식에 배고프다. 이제 어떻게 하면 ‘생각’을 정리해 나갈까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