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의 음악을 책임지는 디제이들
#퇴근후디제잉 은 세상의 모든 아마추어,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는 단체입니다. 2018년 다시 인터뷰 시리즈를 포스팅하며,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숨은 일등 공신, 평창 음악 감독이자 한국 대표 디제이 분들의 인터뷰를 전할 예정입니다. 디제이들의 인터뷰와 함께 평창 올림픽의 감동을 느껴보시죠.
안녕하세요. DJ 말고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 없는 DJ NOKE라고 합니다. 최근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유행했었죠? 어떤 분야의 문외한도 그 일을 1만 시간 정도 집중해서 하면 경지에 도달한다고 하는데요. 이번 인터뷰를 시작하며 생각해보니, 제가 DJ를 시작한 이래로, 음악을 찾는 디깅을 포함해 거의 3만 시간 이상을 투자해온 것 같습니다. 그만큼 디제이라는 직업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멋진 음악, 무대를 선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DJ라고 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동계 스포츠는 크게 설상 / 빙상 / 슬라이딩으로 나눠서 진행됩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제가 맡은 곳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이 세 종목의 경기가 진행되는 '슬라이딩 센터'입니다. 저는 이 곳에서 스태프 분들과, 선수, 그리고 관중들을 위한 음악을 책임지고 있답니다. TV로 경기를 보시는 분들께 제가 현장에서 트는 음악을 전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쉬울 뿐이네요.
2018년 평창 본 대회가 있기 1년 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동일한 곳에서 ‘테스트 이벤트’라는 이름에 시범적으로 열린 국제대회가 있었어요. 2017년 1월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때에 먼저 제의가 왔었고, 그때 맡았던 인연으로 이번 정식 올림픽까지 이어지게 되었어요. 17년 당시에는 피겨 종목이 진행되는 아이스 아레나 경기장의 음악 감독을 했었죠. 이번에 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DJ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정말 안 해 본 행사가 없을 정도로 많은 행사에 참여했고, 누구 못지않은 경험치가 있었다고 자부해요. 지난 시간 동안 잘 쌓은 제 노하우를 더 좋은 무대에서 선보이고 싶었어요. 특히 스포츠 관련한 행사와 저는 인연이 많은데요. 홍명보 장학재단의 자선 축구경기에 매년 음악을 맡아 플레이한 적도 있었기에 이번 평창 올림픽 경기의 음악 감독 무리 없이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답니다.
올림픽 슬라이딩 종목 경기가 끝나는 날까지 입니다. 날짜를 보니 2018. 2. 25 오전 경기가 마지막이네요. 이후 이어질 평창 패럴림픽의 음악감독 제의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사전에 정해진 저의 다른 디제잉 스케줄 때문에 이번 동계올림픽 까지만 자리를 지킬 예정입니다.
아직 경기가 진행 중이고, 앞으로 또 어떤 이벤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번설 연휴 전 국민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아시아권 선수가 사상 최초로 스켈레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그런 역사적인 현장에, 제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현장 분위기를 살리는 데 제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도 매우 벅차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의 베뉴 세리머니(메달 수여식 전에 각 베뉴에서 먼저 진행하는 시상식) 가 끝난 후 포토타임과 관중들 퇴장할 때, 저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곡들을 선정해 더욱 현장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어요. 현장에 함께 했던 지인들도 제 음악이 너무 좋았다는 피드백을 줬고, 마치 제가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처럼 정말 벅차고 한국 사람으로서 같이 뿌듯하고 짜릿했었습니다.
클럽과 올림픽 무대 플레이의 같은 점은 둘 다 라이브로 음악을 틀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순간순간 바뀌는 현장 분위기를 재빠르게 파악을 해야 한답니다. 차이점은 클럽은 여러 곡을 섞는 믹싱 스킬과 선곡 능력 둘 다 중요한데, 올림픽 무대는 믹싱보단 선곡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한 음악이 몇 초만 사용될 수도 있고, 많은 곡을 수시로 바꿔야 하는 등 여러 변수가 현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선곡할 때의 기준 또한 일반적인 상황과 조금 달라요. 클럽에서는 믹싱을 위해서 BPM, 장르, 조성(코드)등을 고려하게 되지만 올림픽에서는 가사 검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습니다. 비속어, 선정적인 내용, 종교, 인종차별등 올림픽 정신에 위배가 되는 가사가 나오는 곡을 플레이하면 안 되기 때문에, 사전에 다른 경기장의 음악 감독들과 함께 정말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수천 곡을 검토하고 무려 5천여 개의 트랙을 선별하였습니다.
오랜 시간 디제잉을 해오면서 정말 온갖 장소에서 음악을 틀어봤지만, 이번 평창 올림픽 무대는 정말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트는 음악을 들으며, 어떤 분들은 단순히 BGM(배경음악)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한 소절도 채 되지 않는 단 몇 초의 플레이라도 현장의 음악감독들은 음악이 가진 메시지와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전하려 애를 쓰고 있답니다. 그런 노력이 선수들과 관객들에게 전해지고, 멋진 플레이와 감동의 순간과 섞일 때 환희의 순간이 더욱 커지겠지요. 이번 기회를 저는 한 번 더 음악이 가진 힘을 느꼈고, 제가 업으로 삼고 있는 이 일에 대해 더욱 큰 애착이 생겼답니다. 앞으로도 어떤 무대라도 가리지 않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무대가 제 마지막 무대라는 생각으로, 관객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매 순간 열심히 플레이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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