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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Oct 29. 2020

하늘에서 내려온

세 살 된 막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이집에서 많은 노래를 듣고 오는 모양이다.

어느 날

"아빠곰은 뚠뚠해. 아빠곰은 뚠뚠해."

를 끝없이 반복하는 막내.

그걸 듣고 있던 다섯 살 난 둘째가

"언니가 노래 같이 불러줄까?"

하니 막내는

"응'

그렇게 시작된 둘째의 노래

"한 집에 있어, 한 집에 있어, 아빠곰은 뚱뚱해~"

그걸 듣고 있던 나는 웃음이 빵 터졌다! 다섯 살이 세 살에게 노래 불러주는 것도 웃겼고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노래를 어떻게든 부르는 것이 귀여웠다.

가사가 맞든 안 맞든 어떤가? 그 노래를 듣는 막내는 신이 나서 온몸을 들썩이며

"아빠곰은 뚠뚠해."를 무한 반복한다.


나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치원에서 가르주는 노래를 좋아해서, 나는 자주 아이들에게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라고 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요청에 정성스레, 기억을 더으며 노래를 불러준다. 그 노래들의 편안한 음과 아름다운 가사가 항상 뭔가에 쫓기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아이들과 산책하며, 하늘을 보며... 틈날 때마다 불렀던 노래가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아름다운 꽃

이 땅 위에 곱게곱게 내려와.

사랑스런 고운 꽃을 피워요.

세상 하나뿐인 너의 꽃을 영원히."


이 노래를 들을 때, 부를 때마다 하늘에서 곱게곱게 내려온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하늘에서 곱게곱게 내려온 하나뿐이 나의 존재를 떠올려본다.


자식이란 존재는 참 희한하다. 아이를 사랑하려다 보니 나를 사랑하는 계기를 계속 만들어준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크기, 허용의 크기가 아이에 대한 사랑의 크기, 허용의 크기를 결정한다.


곧 아이들의 하원 시간이다. 나의 자유시간은 이제 40분 남았다.

나는 내게 집안일하지 않고 빈둥빈둥거리는 것을 허락해본다. 아이들과 더 많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늘에서 곱게곱게 내려온 사랑스런 우리를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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