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연결되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하루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이 오랜만에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나갔다. 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거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한 분과 거리를 뒀던 이유.
그분은 누군가가 말을 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어땠는지 알아요? 얼마나 내가 힘들었는데!"
라며 자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말하신다.
그 분과 대화를 하면, 나의 경험과 고생은 아무렇지 않게 돼버리고, 그분보다 덜 힘들었기 때문에 나는 말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는데 제대로 일하지 못한 내가 잘못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 분과 대화를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고생배틀에 뛰어들었고, 굳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서로 말하다가 모임이 끝났다. 나쁜 이야기만 한가득. 씁쓸한 마음도 한가득이었다.
이번 모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고, 고생배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참전하게 됐다. 나의 말에 그분은 어김없이
"야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라며 자기 이야기를 이어나가자 이제껏 한 번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본심을 말해버렸다.
"OO 씨의 경험과 내 경험은 다르잖아요. 각자의 입장이 있죠. 어떻게 비교를 해요?"
라고 말하니 어색한 침묵.
집에 와서 오랫동안 생각해 봤다. 왜 나는 유독 그분의 말에 신경이 쓰이고 화가 나고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까?
아이 셋을 키워보니 아이들은 엄마에게 항상 TMI다.
굳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세세하게 말한다.
"엄마 방금 똥을 쌌는데 코끼리 모양이었어!"
요즘 아이들은 매일 아침 내게 말한다.
"엄마 모기 물렸어! 간지러워."
"그럼 간질어!"
간지러우면 간질면 되지 왜 엄마에게 말할까?
매번 엄마가
"간지러우면 간질어!"
라고 말하는 데도 왜 굳이 굳이 매일 아침 똑같은 말을 할까?
아이는
그냥...
그저...
굳이...
엄마와 연결되길 바라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믿고 사랑하는 사람과 작은 것도 연결되고 싶은 마음
그뿐이었다.
오랜 직장 지인의 말에 내가 유독 신경이 쓰이고 화가 나고 무시당했다고 느꼈던 이유
직장 동료가 지인들에게 내가 제일 많이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같았다.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간절함이다.
서로 연결되길 바라는 간절함이다.
오늘은
간절히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주고
나와 연결되고 싶은 날이다.
그 힘으로
"모기 물려서 간지러워!" 하는 아이들에게
"어디 어디? 진짜 간지럽겠다!"라고 말해줘야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나?"라는 그분에게
"진짜 힘들었겠어요."라고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