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일이 무척 많은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평소에 늦은 시간까지 야근이 어려운 나는
설연휴에 출근해서
그동안 못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양가 부모님께, 그리고 남편에게
감사 또 감사를 드립니다.)
연휴 첫날
늦잠 자고 싶었지만,
출근하지 않으면
나중에 폭풍같이 밀려올 일을 감당할 수 없기에
꾸역꾸역 일어나
평소와 매우 다르게 한산한 지하철을 타고
여유롭게(?) 회사에 출근했어요.
휴일 출근으로 기분이 우중충하지 않기 위해
옷도 예쁘게 입고
차 안에서 마음의 평안을 주는 책도 읽었어요.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데
한 어르신이 무거운 짐을 들고 내려오시길래
들어드렸더니,
환한 웃음과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나니
더욱더 기분 좋게 회사에 출근했어요.
고요하게
나만의 업무에 집중하며
열심히 일을 했답니다.
어찌나 일이 잘 되던지
머리가 팽팽 돌아가더라고요.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일 다 하고 집에서 편안하게 맛있게 먹어야지... 하며
나를 다독이며 신나게 일을 했어요.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
야~~ 호~~ 를 외치며
컴퓨터를 끄고 퇴근을 했답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와서 편하게 밥도 먹고
잠도 푹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또다시 출근을 했어요.
어제 해놓은 업무 덕분에 오늘은
빨리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아
발걸음도 가벼웁게 출근했어요.
컴퓨터를 켜고,
어제 한 문서를 찾는데.
왜 때문이죠?
분명 저장했는데,
왜, 왜, 왜,,,
엊그제 저장한 문서만 남아있고
어제 저장한 문서는
아무리 찾아도 없죠?
두둥...
두둥...
나는 또 임시저장을 했구나....
또또또 그랬구나.
그렇게 저장을 잘해야 하지 하면서도
나는 또 그랬구나 그랬어.
어제 너무나 신기하게 일이 잘되나 싶었다...
그래 그랬구나....
저장을 잘해야지 잘해야 하지 하면서도
또! 또! 실수하는 내 모습에
자죄감이 느껴지는구나.
다시 한번 저장을 제대로 안 하면
나는 아메바다!라고 다짐을 했는데
나는 아메바인가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어제 한번 했던 업무라 그런지
다시 하니 속도가 더 빠르고
그 업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듯한 느낌적이 느낌이랄까???
그래,
다음부터는 정말 저장을 잘하자!
꼭 그러자!!
넌 할 수 있어? 하며
애써 웃으며 나를 다독였지요.
연휴 동안 회사에서
잘(?) 보내고
연휴 마지막 날,
오늘은 브런치 연재하는 날!
이상하게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키보드 위에 내 손가락이 날아다니는 듯...
손가락이 날아다니나 못해
미끄러져 뒤로 버튼을 눌러버리고....
브런치에 자동저장이 있을 거야,
암 그럼 말고 하고
희망을 품고 글보관함을 급히 클릭했지만
텅~ 텅~ 비어있는 내 글 보관함.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난 정말 아메바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욕심이 많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알게 되었지요.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이유식을 주고 싶었어요.
키 많이 커라고요.
(나는 키 150Cm 중반의 포켓걸이고, 내 키가 부끄럽지는 않지만 아이들은 왠지 키가 컸으면 했거든요)
돌도 안된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면서
이유식에 온갖 영양을 담고 싶었어요.
어느 날, (유기농) 양배추를 쌀가루에 넣어서
이유식을 만드는데,
(유기농) 양배추를 아이가 많이 먹길 바라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유기농) 양배추
한 스푼 더
한 스푼 더
또 한 스푼 더
엄마 욕심 가득한 이유식을 만들었어요.
어떤 이유식도 잘 먹던 아이가
욕심 가득 이유식을 한 스푼 먹자마자
오만상을 찌푸리고
퉤~하고 뱉더군요.
희한해서 한 번 더 먹였는데도
다시 퉤~
왜 그럴까? 하고 내가 한 스푼 먹어보니
퉤~~
나도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만큼
이상한 맛이더라고요.
다음부터 안 그래야지.
아무리 몸에 좋아도
맛이 없어서 아이가 안 먹으면
이유식 만드는 게 무슨 소용 있겠어?
그렇지만 나는 또!
욕심 가득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는 다시 또
퉤~~
왜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왜 그러지?
담부턴 안 그래야지!!
했지만
이유식 만들 때마다
뭐에 홀린 것처럼
유기농 재료를 탈탈탈 털어놓고 있더라고요.
갑자기 니체가 떠올랐습니다.
"영혼회귀"
모든 내일은 오늘이고 모든 오늘은 내일인 인간의 삶.
매일이 다른 하루 같지만
같은 고통, 같은 실수, 같은 실패를 끝없이 반복하는 인간의 삶.
이 끝없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기꺼이 끌어안을 수 있는가? 사랑할 수 있는가?
욕심을 버려야지 하면서도
고새 잊고 또다시 욕심부리는,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하는 나의 삶.
이 삶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실수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실수의 영원회귀에 갇혀버린다는 것을 잊지 마시라!)
욕망덩어리인 내 모습을
그냥 디폴트(기본값)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똑같은 실수를 하는
내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똑같은 실수,
똑같은 실패라는
음악 속에서
그냥 흥겹게 웃고 춤추고
음악이 끝날 때
한마디 외쳐보는 겁니다.
다 카포(처음부터 다시 한번)!
퉤~ 하고 뱉어버리는 아이의 모습에
하하하하하~ 하고 웃으며
욕망 이유식을 버리고
욕심 버린 이유식을 다시 만든 것처럼요.
나는 오늘도 외쳐봅니다!
다 카포!(처음부터 다시 한번!)
자, 이제 다시 글 쓰자~후훗 *^^*
다같이 외쳐봐요!
다 카포!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