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다섯은 다같이 한 방에서 잡니다. 셋째 수유를 하고 다시 따뜻한 이불로 들어가서 가만히 누우니 네 명의 숨소리가 하나하나 들립니다. 마당에 눈이 쌓이듯 가족들 숨소리가 내 가슴에 소복히 쌓입니다. 괜시리, 우리 잘 있구나. 잘 살고 있구나.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 잠자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예민한 청각덕분에 아이들의 작은 뒤척임에도 계속 깨서 잠을 통 이루지 못했거든요. 그러나 아이 셋을 키우다보니 이제는 머리가 바닥에 닿기만 해도 잠이 들고, 쉬이 깨지도 않습니다. 오늘 새벽에 잠시 깨어, 숨소리를 들으니 어느새 세 명으로 늘어나있는 아이들이 신기합니다. 결혼을 했을 때, 내가 결혼한 것이 믿기지가 않았고, 첫째를 낳았을 때는 내가 아기 엄마가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둘째를 낳았을 때는 내게 아이가 둘이라는 게 참 새삼스러웠습니다. 아이가 셋이 되었음에도 내가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종종 낯설게 다가옵니다.
오늘 새벽은 낯설면서도 참 따뜻했습니다. 아이들과 한 방에서 자는 것, 서로의 살을 비비며,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함께함이 참 감사했습니다. 나도 어릴 때, 방 하나에 온 가족이 함께 잠을 잤습니다. 어느 밤에 무서운 꿈을 꾸었습니다. 엄마가 죽는 꿈이었는데 무서워서 펑펑 울며 잠에서 깼습니다. 눈을 떠서 엄마가 바로 내 옆에 있어 안도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조만간 이사를 갑니다. 지금은 30평대의 아파트에 살지만 이사가는 곳은 20평에 방 2개만 있는 공동체 주택입니다. 예전부터 동경하던 곳이라 이사를 덜컥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가려고 하니 겁이 났습니다. 아이 셋을 20평의 방 두개의 곳에서 키울 수 있을까? 화장실은 하나밖에 없는데 불편해서 어떻게 살지? 이 많은 짐들은 다 버려야하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이사하는데 집이 좁아 후회하면 어쩌지? 온갖 걱정들이 올라왔습니다.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의 보드라운 살갗을 만지며 생각합니다. '작은집으로의 이사가 우리를 실컷 가깝게 만들어줄거야.... 더많이 살 부비고 눈마주치겠지...' 이렇게 꼭 붙어 잘 수 있는 날도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아이들과 여행 다니고 딸들과 목욕탕 다닐 것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엄마만의 욕심일 수도 있겠다...싶습니다. 내 곁만 아는 아이들이 언젠가 엄마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세상으로 나갈 걸 압니다. 내가 엄마 품을 떠나온 것처럼요. 아이들을 후회 없이 세상으로 보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덜 쓸쓸해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한 번 더 안아주고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시도 때도 없이 울며 엄마 찾는 아이들을 볼 때, 얼른 좀 커라!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수 없나봅니다.
여러분은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세상으로 나갈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