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by Robin

오랜만의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바빴습니다. 몸은 물론이고 마음이 바빴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라고 적으려고 하는데 다 내 변명입니다. 그냥,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갖지 못했어요. 내 마음이 이리저리 어디로 갈지 몰라했고, 나는 그 마음을 애써 마주하려 하지 않았고, 삶의 흐름을 믿지 못하고 애쓰며 내가 정해놓은 길로만 가려했어요. 마음과 몸이 뻐근한 며칠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소규모 아티스트 웨이 워크숍이 있는 날입니다. 오프라인이 힘들어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2시간가량의 워크숍을 하며, 나에게 남는 단어가 "흐름"입니다. 줄리아 카메론의 'Arist's way'의 주제가 바로 흐름입니다. 신이 계획해 놓은 길, 창조성이 나를 데려다 주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라고요. 워크숍 진행자임에도 내가 그 흐름을 믿지 못하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원하던 길로, 내가 안전한 길로, 내가 예상한 길로 가고 싶어서 애쓰는 내 모습을 보았습니다. 센 물살 위에 흘러가다 멋져 보이는 다른 사람의 나무뿌리를 억지로 잡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어깨가 뻐근하고 지치고 힘들었나 봅니다. 그 손을 놓으면 그 물살이 나의 자리로 데려가 줄텐데요... 항상 잡는 것만 배웠지 놓는 법은 배우지 못했던 나의 37년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놓지 못하는 나를 또 자책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만 배워왔으니 놓는 법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요. 놓지 못할 정도로 불안하고 잘하고 싶어 하는 나를 가만히 인정해줍니다.



"그렇게나 그게 하고 싶었구나. 그렇게나 간절했구나. 잘하고 싶었구나...."

이 말을 해주니 나무뿌리를 꽉 잡고 있는 열 손가락 중에 왼쪽 새끼손가락 하나가 풀리는 기분입니다. 2019년의 계획이 갑자기 생겼습니다. 나무뿌리를 놓는 것입니다. 한 번에 안된다는 것을 잘 압니다. 2월에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힘을 빼보려고 합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갈 때, 힘들여 살았던 나를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고맙다고 말해주렵니다.


나의 자리, 나만의 자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 자리는 그 누구도 가지 못합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자리지요. 그 자리에 가는 유일 한 길은, 그냥 삶의 흐름에 맡기고 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 내가 재밌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튜브 위에 엉덩이 넣고 흐르는 물살에 따라 가볼까 합니다. 하늘이 얼마나 푸른지, 바닷물을 얼마나 예쁜 색인지, 불어오는 바람은 얼마나 부드러운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며 그냥 몸을 맡겨보렵니다.


흐름에 맡기는 하루하루가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기대됩니다. 브런치에 그 여정을 담을 수 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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