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두 가지 선물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요즘에 핫한 에어프라이어를 살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까페라떼와 카푸치노를 좋아해서입니다. 집에서 까페라떼를 만들어먹어야지! 하는 즐거운 생각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택했어요. 며칠 전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도착했습니다. 원두도 사고 우유도 사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보았어요. 거품기로 우유 거품을 만들어 에스프레소와 우유 거품을 섞어 카푸치노를 마셨습니다. 시나몬 가루가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집에서 카푸치노 한잔 마실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아직은 기계조작이 서툴러서 거품이 넘치기도 하고, 아메리카노인지 에스프레소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커피가 나오기도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 기쁨입니다.
선택하기 전에 에어프라이어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과 감자튀김 등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갈팡질팡했습니다. 아이들이 간식을 보고 기뻐 소리치며 웃는 미소는 엄마에게 큰 행복입니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받는 것이니 나를 위해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5년 동안 육아를 하며 항상 아이들이 우선이었던 삶이었습니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다른 방법을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5년 동안 나는 너무 아팠고 괴로웠습니다. 내가 사라진 5년, 나를 구석에 두고 방치한 5년이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설 연휴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나는 연휴가 끝난 것 같지 않았지요. 시집에서의 긴장감이 풀리지 않았고, 이제는 내 집이 아닌 친정집에서의 불편함도 이어졌습니다. 긴장감과 불편함이 나에게 남아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연휴 끝난 다음날에 아이들의 어린이집이 휴원이라 김장감과 불편함을 풀 여유가 전혀 없었지요. 괜스레 날이 서있고, 아이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못마땅했으며 절로 목소리가 올라갔습니다. 그런 나의 모습이 실망스럽다가도, 나를 돌볼 시간이 없음이 슬펐습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내 몸을 깨우는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이 끝난 뒤에 내 몸에 억지로 줬던 힘들이 풀리며 내 안을 가득 채웠던 불편함, 긴장감, 피곤함... 들이 조금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나를 돌보지 못했구나. 여전히 나는 잘하고 싶어 애쓰고 있구나.’ 좋은 엄마, 좋은 며느리, 좋은 배우자, 좋은 딸이 되기 위해 애쓰느라 나를 돌보지 못한 연휴였습니다. 아이들을 보며 화가 났던 이유는, 나를 돌보지 않아 내 안의 "나"가 화가 났던 겁니다. 좋은 "나"가 되지 않고서는 어떤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없음을 또 잊었네요.
“Artist's way”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 자신을 보물처럼 대하면 나는 강해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에게 엄격해야 강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힘을 준다.”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아 지치고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연휴 내도록 비좁은 곳에 끼여있는 것 같았어요. 너무 답답했어요. 그 모든 것이요. 나를 좋은 엄마, 좋은 며느리, 좋은 배우자, 좋은 딸이라는 틀에 끼워 넣으려 했기 때문 일 겁니다. 그냥 나로서 살면, 내가 내게 좋은 것을 해주면 저절로 여유로워지고 저절로 너그러운 마음이 생겨 아이들,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남편에게 다정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셋째를 재우고 카푸치노 한잔을 마십니다. 매일 동요만 듣던 멜론 뮤직에서 내가 듣고 싶었던 노래를 듣습니다. 연휴 동안 고생한 나를 알아줍니다. “고생 많았어. 얼마나 잘하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그래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 이해해. 고생했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네 마음 내가 안다. 그래그래.”라는 말을 건넵니다. 나를 아껴봅니다. 나를 보물처럼 대해 봅니다. 나를 소중히 여겨봅니다. 오늘은 하원하는 아이들에게 어제보다는 밝게 웃어줄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을 위해 지금 해주고픈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당신이 지쳤을 때, 어떤 말이 듣고 싶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