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작은 마당이 있습니다. 그 마당에는 벚꽃잎이 날리고, 동백꽃이 방긋이 인사합니다. 민들레씨가 날아다니며 이곳저곳 구경하고, 대나무가 바람과 춤을 춥니다. 내가 좋아하는 테이블에 앉아서 그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됩니다.
한날은 우리집에 아이들의 유치원 친구들이 놀러왔습니다. 친구 중의 한 명이 우리집에 들어오자 마자 "집이 왜 이렇게 작아?"하고 혼잣말을 하더군요. 나는, 그 친구에게는 우리집이 작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첫째아이가, 친구들이 다 가고 나서 "엄마 우리집은 왜 이렇게 작아?"하고 묻습니다. 나는 "좀 작지. 그래도 엄마는 이 집이 좋아. 그냥 이 집이 좋아서 이사왔어."라고 말했습니다.
전에 우리가 살던 곳은 36평에 방이 3개, 화장실이 2개인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섯 가족이 살기에는 좁다고 느껴진 적도 있습니다. 더 큰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었죠. 넘쳐나는 장난감과 버리지 못한 물건들, 옷들로 집안 곳곳이 가득 채워져있었습니다.
지금 사는 곳은 공동체주택입니다. 로비층에는 공동공간이 있고, 아이들이 놀수 있는 모래밭과 마당 그리고 실외수영장이 있습니다. 우리집은 20평, 방은 2개, 화장실 1개입니다. 주변에서 우려섞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왜 거기로 이사를 가냐고. 다섯식구가 거기서 살 수있겠냐고요. 집을 구매하고, 막상 이사를 가려니 나도 두려웠습니다. 좁으면 어쩌지? 좁은집에서 내가 살 수 있을까?
오늘 유치원에서 하원한 아이들과 함께 꽃집에 갔습니다. 아이들에게 갖고 싶은 꽃을 하나씩 고르라고 했지요. 아이들은 신중하게 꽃들을 바라봅니다. 첫째 아이는 캄파눌라를 둘째는 무스카리를 골랐습니다. 처음 들어본 이름의 꽃입니다. 그리고 앙증맞고 싱그럽게 초록열매를 빼꼼히 드러낸 방울토마토 화분도 하나 샀습니다.
화분을 들고 집으로 오자마자 마당으로 향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디에 심으면 좋을지 장소를 정합니다. 그리고는 삽과 곡갱이로 땅을 팠습니다. 아이들은 신나합니다. 자기 꽃이 생겼다고요. 나는 열심히 땅을 파는데 아이들은 진지하게! 열심히! 땅을 판다며서 내가 판 땅에 계속 흙을 넣습니다. 조금 당황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덕분에 보드라운 흙을 더 만질 수 있었습니다. 흙은 나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심고, 아이들은 물을 줍니다. 조심조심 물뿌리개로 물을 주는데, 심은 꽃이 아닌 잡초에 물을 주네요. 괜찮아요. 덕분에 잡초도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나는 손을 씻고 일어나는데 아이들은 다른 애들이 목말라한다며 잡초들에게 물을 주며 마당에서 한참을 놉니다.
나는 떨어진 동백꽃을 주었습니다. 내 등에 업힌 셋째는 벗나무 잎파리를 만지며 신나합니다. 눈에는 환의와 기쁨이 가득합니다. 내가 이곳에 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첫째 둘째는 자기가 마당에 있는 꽃들에게 물을 다줬다고 자랑을 합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자랑과 기쁨이 가득합니다.
거실 테이블에 아이들이 마당에서 꺾어온 꽃과 풀이 꽂혀있습니다. 그 옆에 동백꽃을 예쁘게 놓아봅니다. 벚나무에서 살짝 꺾은 벚꽃은 셋째 아이의 얼마없는 머리숱에 간신히 꽂았다.....기 보다 매달아놓았습니다. 내 안에 사랑과 기쁨이 가득합니다.
한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습니다. 꽃이 있는 삶.. 말이에요. 36평의 아파트에서 살았을 땐 짐 속에 쌓여, 꽃병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이 곳에 이사와서야 사둔 꽃병의 존재를 알게 됐죠. 예전의 집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나는 없고 물건만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집 곳곳이 내게는 사랑스럽습니다. 작은 집에 살기 위해 정말 많은 짐들을 버렸습니다. 집이 작다보니 물건을 함부로 사지 않게 됐습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들만 집에 정성스레 놓게 됩니다. 우리집에 오는 것들은 그렇게 우리와 가족이 됩니다. 소중히 여겨집니다.
아이들과 잠들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첫째아이가 이 집은 꽃이 있어서, 마당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좀더 커서 각자 방을 달라고하면 우리는 더이상 이곳에서 살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또 이사를 가야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기쁩니다. 행복합니다. 지금이 기쁘고 행복하면, 수많은 지금들이 모여 다가올 미래도 기쁘고 행복할 겁니다. 지금도, 미래에도 아이들과 꽃을 보며 기뻐하는 삶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평수에 따른 집의 구분이 아닌 부모의 삶의 가치가 담겨있는 집에서 함께 살고 싶습니다.
당신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