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에 왔다. 직장을 다녔을 때, 서울로 자주 출장을 갔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술도 마시고. 혼자 기차를 타고 다시 자취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매번 나에게 외로운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외롭지 않기 시작했던 때는 남편을 만나 후부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큰 안정감을 준 사람이다.
서울에서 창조성 워크숍 심화과정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무척 참가하고 싶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 오가는 교통비도 걱정이었지만 가장 큰 걱정은 남편이었다. 7번의 토요일에 남편이 아이 셋을 볼 수 있을까? 음... 걱정이라기보다 미안함이 더 컸나 보다. 딱히 지금 큰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닌데 미래의 꿈을 위해 남편에게 지금의 헌신을 부탁하는 것이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나와 아이 셋을 위해 무리해서 일하는 남편의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죄책감은 더욱 컸다.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꺼낸 이야기에 남편은 흔쾌히 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고마움을 넘은 감동이었다. 나같이 특이한 사람을 사랑해주는 더 특이한 사람. 특이한 사람의 특이한 꿈도 사랑해주는 더더더 특이한 사람.
내가 우리 남편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된 일화가 있다. 결혼을 앞두고, 한복을 맞추기 위해 한복집에 갔다. 한복을 구입해도 몇 번 입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예쁘고 비싼 한복을 보니 사고 싶어 졌다. 몇 번 입지 않을 것이지만 예쁜 한복을 입고 싶었다. 결혼 준비자금이 많지 않았지만 나를 위해 사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남편에게 말하며 울었다. 남편은 나에게 자신이 대신 한복을 사주겠다고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말했다. 필요도 없는데 왜 비싼 것을 사냐... 는 말을 들을 줄 알었는데... 나를 비난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있는 나를 그대로 받아주는, 허영심 있는 나도 사랑으로 받아주는 모습을 보며 한 번도 경험 못한 사랑을 느꼈다.
나는 남편의 그 말 한마디에 비싼 한복을 사고 싶다는 욕구가 사라졌다. 비싼 한복을 갖고 싶다는 마음 아래에는 예쁜 신부가 되고픈 나의 열망이 있었던 것이다. 남편에게 충분히 사랑받으니 이미 난 예쁜 신부가 되어있었다. 나의 구매욕은 저절로 사라졌다.
집으로 가는 길. 이제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아이들 셋은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을까... 남편의 다크서클은 어디까지 내려와 있을까... 나 없이 보낸 나의 사람들의 하루가 궁금하다. 집을 나서기 전, 내 품에 안겨 대성통곡을 한 둘째가 생각이 난다. 동그란 몸이 내 몸에 쏙 들어와 자신의 슬픔을 강렬하지만 귀엽게 표시했지... 엄마와 연결되고픈 둘째의 욕구가 내 심장을 건드렸었지.. 둘째를 꼭 안아주며 텔레파시 보내겠다고,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 보내겠다고 말해주며 마음속으로 '너희들의 슬픔을 편안하게 받아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올게...'라고 다짐했다.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뭔가를 사지 않고는 못 견뎠던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이를 만난 후 과소비와 충동구매가 사라졌다. 나를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부족한 나도 괜찮구나, 충분하구나...라는 안정감을 준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안정감 있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 어떤 모습도 사랑으로 안아주는 엄마로 성장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집으로 가는 길이 외롭지 않다.
Q1. 여러분은 살면서 어떤 외로움을 경험하셨나요?
Q2. 그 외로움은 무엇이 채워지길 바라는 메시지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