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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Jan 06. 2020

평가와 충고가 재능이라던...

회사 다닐때 친하게 지내던 알바생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으면 최주임님에게 이야기하고 따끔한 충고를 듣고 싶으면 정주임(봄빛)님에게 말하면 된다고. 나는 그 말이 좋았다. 나의 예리한 분석력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타인의 단점과 조직의 문제점을 잘 보는 나였다. 당신 뭐가 잘못됐어! 이건 문제야! 답은 이거야! 라고 말하는게 나는 좋았다.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좋았다. 평가와 충고는 나의 재능이라 여겼다. 재능이라 여겼으니 얼마나 남발하고 다녔을까... 흑역사를 그렇게나 꼼꼼하게 차곡차곡 모았다.


뻔한 스토리지만 세월이 지나고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정답이 아니라 오답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주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고 폄하하는 말을 자주했다. 안그럴려고 안그럴려고 하는데 말이지. 뭐에 홀린듯 같이 욕하고 있는 나를 자주 발견했다. 한번은 아무말 없이 사람들의 대화을 가만히 들어봤다. 말 많은 내가! 아무말 없이 이야기 듣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대화의 대부분은 누군가를 평가하고 누군가의 단점을 말하고 있더라.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엄청 끼고 싶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내뱉고 싶었고, 같이 욕을 해서 동질감을 얻고 싶었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왜 그렇게 타인을 평가할까? 너 이거 잘못됐어!라고 지적을 할까... 아마도 내가 맞다고,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는 아닐까? 혹은 틀렸다는 것을 감추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친근해서인지 사람들은 나에게 자주 조언을 하고 평가를 한다. 나는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생각만 하다가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하고 후회한다. 오늘도 그렇다. 한 친구가 나에게 그리고 내가 다니는 유치원에 대한 평가의 말을 했다.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내가 그 친구가 좋아할만한 반응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나를 만났다.  타인의 인정을 고파하는 나를 직면했다. 마음이 아팠다. 여전히 내가 아닌 타인을 중요시 여기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슬프고 속상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픈 말을 하지 못했던, 타이밍을 놓친 것이 너무 분했다. 그때 이 말을 했어야했는데!!!



그러다 그러다 그러다... 나는 그 친구와 나 그리고 나를 스쳐간 사람들을 위해 축복했다. "축복해. 축복해. 축복해."


평가의 말 밑에 숨어 있는 그녀의 선한 의도를 위해 축복했다. 그리고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것을 알아차린 나를 축복했다. 그리고 나의 평가와 충고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들은 사람들을 위해 미안함을 많이 많이 꾹꾹 담아 그들의 삶을 축복했다. 그리고 올해 계획을 하나 세웠다. 평가와 충고는 절대 하지 않기로. 평가와 충고는 상대방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절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39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감사합니다! 이제서라도 알게해주셔서!!!) 내가 했던 평가와 충고는 "이보세요! 저기요! 나 잘 났어요!!"를 알리고 싶어 안달난 내가 선택한 미숙하고 어리석은 방법이었다. 



평가와 충고의 말이 내 입에 흘러나오지 않길, 그리고 타인의 평가와 충고에도 쭈글이가 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길을 즐거이 가는 사람이 되길, 부족함을 들킬까 두려워서 나오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사랑과 축복에서 나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래본다. 2020년에는 내 말의 무게와 내 삶의 무게 모두를 존중해주는 내가 되고싶다.



"진실은 이렇다. 우리에게 부정적인 말 하는 사람들을 피할 수는 으며, 그들은 결코 완전히 만족하는 법도 없다. 그들은 스스로 충분하다고 믿지 못하기 때문에 무언가에 항상 위협을 느낀다. 당신이 숨어 있건 빛나건 상관없다. 그러니 그런 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자신의 일부를 억압하거나 다른 이가 당신을 비하하는 것을 그냥 놔두는 것은 창조주가 당신에게 건네준 당신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무시하는 것이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이렇다. 우리 몸을 줄여서 작아지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더 활짝 피어나도록 만들어졌다. 더 뛰어나게, 그리고 더 비범하게. 당신은 자신을 가득 채우기 위해 모든 순간을 사용하도록 지어진 존재다."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들> 중에서





Q. 여러분이 자주 쓰는 말에 숨겨진 여러분의 진심은 무엇인가요?

Q. 여러분은 2020년 어떤 말을 하는 사람이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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