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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주제 - 새벽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그 감성을 좋아한다. 어릴 적 첫영성체를 받느라 한 달간 새벽미사를 다녀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잠이 덜 깨 몽롱한 가운데 천천히 움직이며 미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조용히 관찰했다. 그땐 그게 무슨 마음인지 표현하기 어려웠으나 그 느낌만은 영혼에 각인된 기분이다. 고요하고 침착한 성스러움이 어린 마음에도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동이 트며 성전 십자가 옆에 하얀색이었던 스테인드 글라스가 형형색색으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빛의 변화를 관찰하며 기도문을 외웠다. 그 후 지금까지 살면서 힘든 일이 있으면 새벽미사를 드린다. 고요한 가운데 차분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고 위안을 얻는 그 시간이 참 좋다.
새벽 미사뿐만이 아니다.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동트기 직전, 새벽에 가는 곳은 대체로 그렇다. 새벽의 산행, 일출을 보기 위해 간 바닷가의 새벽, 새벽 시장.
괜찮아.
다시 시작해 보자.
또 열심히 살아보자.
이렇게 고요하고 힘차게 삶을 응원해 주는 시간이다.
가원의 그림책 <새벽, 항구>는 그런 느낌을 그림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다.
세상에는 참...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싶다.